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어 정치인 뒷조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불붙고 있다.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경악함을 금치 못한다. 여당 중진인 수원지역구 출신 남경필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부인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개탄한 것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이어 다음날 남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정두언·정태근 의원 정도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3인은 공교롭게도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요구한 중심인물이란 점에서 여권 내 권력투쟁 와중에 뒷조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이들은 집권당의 중진, 정권 실세, 대통령 측근이다. 그런 이들까지 사찰을 받았다면 야당이나 시민사회 등에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권력의 감시와 사찰을 받았겠는가. 놀랍고 두렵기까지 하다. 검찰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한 총리실 직원은 “청와대로부터 내사 지시를 종종 받았기 때문에 이 경우도 청와대 하명 사건일 것으로 짐작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유사한 하명 사건은 얼마나 많았는지 미뤄 짚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주변에서 사찰이 벌어지고 있다는 공포 속에서 누구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악몽을 안고 있다. 민주주의가 억눌리고 있다. 이 정권이 신설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행위 시점으로 볼 때 정권의 도덕성에 앞서 준법 공언의 진정성 자체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남 의원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강청한 사실과 ‘사찰’의 함수관계가 이미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갈수록 지원관실 배후의 국정논단 커넥션 의혹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공직 감찰을 주 업무로 하는 국가기관이 입법부의 주체인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약점을 뒤지고 다녔다면 이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테러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남 의원은 “어떠한 사찰이든 뒷조사는 두렵지 않다. 다만, 고분고분하게 정치를 하지 않는 아들과 남편을 둔 저희 어머니와 집사람에게 송구스럽고 미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국회의원이 당하는 반민주주의 사찰행위에 비애를 느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지원관실 불법사찰은 특정 정치세력이 공식·비공식의 사찰권력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영포회 등 사조직에 비선보고가 있었다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진위는 곧 밝혀지겠지만,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비선 라인의 ‘권력 사유화’ 의혹은 또 뭐가 나올지 끝이 안 보일 지경이다. 총리실 누군가가 고의로 은폐한 정황이 짙다고 하니 윗선 지시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는지, 검찰은 이 모든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실무자 몇 명 구속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제 수사를 수직적·수평적으로 광범위하게 착수할 수밖에 없다.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이 나라 미래와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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