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지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가운데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지방과 수도권지역에서 보이고 있는 ‘유령아파트’가 수원에서도 등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주까지 수도권지역 아파트 값이 23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심각한 형국이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침체에 대해 대세하락기 내지 거품가격 해소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달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 “주택가격의 안정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은 실수요자들의 거래 불편을 해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불 꺼진 유령도시’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용인 성복지구는 지난 2008년 6월 대형건설사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우며 3.3㎡당 1600만원 선에서 분양했다가 60%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또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인근 지구도 입주율이 절반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계약자들은 잔금납부를 미루고 입주를 늦추거나,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분양권 팔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원지역에서는 대규모 신규 분양물량이 봇물을 이뤘지만 광교신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이 장안구 정자동에서 3455가구를 분양하는 ‘SK 스카이뷰’ 청약 접수 결과, 대부분 타입이 3순위까지 미달돼 평균 경쟁률은 0.45대 1을 기록했다.

수원지역에서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물량 부담 탓이다. 수원에서 올해 분양을 했거나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물량은 모두 2만6462가구(임대포함)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으며 인천(2만3985가구)을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5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1만469가구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의 16만5599가구에 비해 5만가구 이상 줄었으나, 다 짓고 나서도 분양되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은 4만6476가구에서 4만9278가구로 오히려 늘어났다.

현장에서는 입주를 미루다 못해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 단지 중 입주율이 20~30%대에 지나지 않는 곳도 많다.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 감소율은 무려 59.6%에 달해 사실상 주거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집 한 채 장만했다가 헌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 입주 못하는 것도 억울한 데 헌 집 가격마저 폭락, 분통을 터뜨리는 형국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준공됐으나 입주가 안 돼 불 꺼진 아파트가 지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상황의 1차 책임은 금융 위기와 수요 및 공급자에게 있지만, 정부도 주택 유효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신도시를 지어댄 책임이 더 크다. 경기 회복 시그널이 다방면에서 보이는 데도 부동산 시장만 침체한 것은 과잉공급과 그동안 정책적으로 옥죄어온 까닭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단지 대출 관련 금융규제를 손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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