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됨에 따라 물가의 동반상승이 불가피해져 서민가계의 주름살을 한층 조이고 있다. 주부들은 장바구니를 들기가 겁난다 하고 직장인들은 음식점에서 점심 한 끼 때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 정부는 1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3.5% 올린 데 이어 이달에 시외·고속버스 운임을 4.3~5.4% 인상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9% 올리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서비스요금 현실화를 이유로 내세워 청소료 등을 곧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장바구니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서민경제가 말이 아니다.

최근 장마전선이 전국을 휩쓸면서 채소와 과일의 출하량이 감소, 이에 따라 가격이 폭등,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수원시와 전국주부교실 수원시지회가 발표한 '중대형할인매장 가격동향'에 따르면 일부 채소의 경우 불과 한 달 만에 최고 6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한 포기(2kg)에 평균 3315원으로 전월 2267원에 비해 1048원(46%) 뛰었다. 이 가운데 배추가 가장 비싼 곳은 정자동 롯데슈퍼로 3690원이다. 가히 물가 고공이 하늘을 치솟고 있다. 상추(청상추 400g)도 3504원으로 전월 2462원 대비 1042원(42%) 올랐고 시금치(1단)는 2131원으로 57% 급등했다. 오이, 무, 애호박 등도 8.6~20% 상승했다.

올해 악천후 장마가 겹치면서 피해농가가 늘어나 출하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5월 고랭지에 폭우와 우박 등의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조기 수확한 것이 바닥을 드러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매산로에서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2·여)씨는 평소 배추 등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김치를 담가왔는데 최근 들어 채소값이 급등해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 더구나 공공요금 인상이 각종 물가의 동반상승을 하게 마련이다. 물가가 폭등하면 생활비를 쪼개고 또 쪼개야 하는 서민들은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계절적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데 올해엔 공공요금 인상과 맞물려 물가불안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배추와 상추·마늘 등 주요 농산물 값 상승으로 물가안정기조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요금은 한번 오르면 내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실직이나 소득이 줄어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당장 생활에 필요한 시장물가가 치솟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가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 전망도 밝지 않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마저 들썩이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 민간소비는 줄고 서민가계도 더 핍박해질 수밖에 없다. 요금 인상에 앞서 공기업들이 원가절감 노력을 했는지 철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방만한 조직과 인원을 정리해야 할 공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외면한 채 요금 인상을 통해 수지개선을 도모하려 해선 안 될 일이다. 이와 함께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시키는 것도 긴요한 과제다. 정부 말대로 서민부담 완화와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물가안정이다. 서민고통을 줄이는 데 정부와 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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