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학을 맞아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나홀로 아이들이 많다. 맞벌이 부부 등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에 사교육 절감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을 대상으로 밤 9시까지 학교가 직접 보호해주는 종일돌봄교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돌봄교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권장하는 교육서비스의 일환이지만 실제 방학 중 운영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동학대 하면 흔히 신체폭력이나 성폭력만을 떠올리고 아동방임은 학대가 아니라고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방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대표적인 아동학대다. 집 안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화재, 식중독 등 사고 위험과 마주하며 끼니를 걸러 영양실조에 시달리는가 하면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세심한 보살핌, 적절한 교육, 안전한 환경을 받지 못하는 ‘방임아동’이 전국적으로 100만을 넘고 있다. 전체아동의 15%를 넘는 어린이가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종일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수원지역 한 학교 교사는 특히 “방학을 맞은 요즘 종일돌봄교실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홀로 아동’ 대책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종일돌봄교실이 방학기간은 이름뿐이다. 학교 입장에선 복잡한 업무가 하나 더 생기는 터라 아직 수원에는 일부 학교만 참여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방학 중에는 교사 인건비 문제로 오후 5시면 수업이 끝난다.

이혼·실업·빈곤 등으로 가정해체가 가속화되면서 취학아동뿐 아니라 유아에 이르기까지 방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아동학대 신고사례 중 방임이 32%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종일돌봄교실을 방학 중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탓만 하고 있다. 방학 중 겉돌고 있는 각 기관의 안전 서비스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센터가 필요하다. 취학아동과 미취학아동을 동시에 아우르고 경찰, 교육청, 행정기관,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관 1명만이 파견돼 논란이 됐던 수원교육청 Wee센터와 같은 생색내기 식 연계는 지양돼야 할 것이다. 방임아동 가운데 지역아동센터, 방과 후 아카데미, 방과 후 보육 등 정부의 보호 서비스를 받은 대상은 전국적으로 12만여명에 불과하다. 방임아동의 90%에 가까운 90여만명이 사회의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내팽개쳐지고 있는 셈이다. 사회가 아동을 내버려 둘 경우 이 아이들은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유엔 세계아동인권선언은 ‘아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학교는 교육과 훈육의 본질에서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전경수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는 통합센터가 생긴다면 서로 떠넘기기 식이 아닌 보다 효율적인 범죄예방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선진국과 같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캠페인도 반드시 동반해 범죄를 예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돌봄교실을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정부의 충분한 예산 지원이 관건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