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애경역사가 하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해오다 뒤늦게 행정 당국에 적발됐다고 한다. 시내 중심가에서 무단 방류된 오염수가 수개월째 악취를 풍기고 하천오염이 발생했음에도 애경역사 측이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민을 봉으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어렵다.

인근 평동 아파트 주민들이 최근 몇 달째 악취에 시달려 집단민원을 제기한 후에야 당국이 조사에 나서 적발됐다고 하니 오수를 무단 방류한 애경역사의 환경 부도덕성은 그렇다 치고 그동안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허술한 환경 관리에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악취가 풍길 정도의 오염수가 도심을 통해 하천으로 방류됐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끔찍하다. 팔달구청은 애경역사 서쪽 동남아파트 후문 인근에서 방류수를 채취해 수질을 분석한 결과 B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28.4ppm으로 방류기준치(20ppm)를 초과했다. 또 부유물질(SS)도 43.1ppm으로 기준치를 2.1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화되지 않은 오수는 악취뿐 아니라 하천을 오염을 시키고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다. 민자로 조성한 애경역사가 더 이상 환경감시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환경은 먹을거리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마저 영리에만 치우친 나머지 환경을 도외시하는 부도덕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애경역사는 돈을 들여 갖춰 놓은 정화시설이 겉치레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애경역사 측은 "최근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유입수가 증가해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오수가 방류됐다"고 시인했지만 급증하는 역사 이용객을 고려하지 않은 정화시설을 개선하지 않은 것은 책임이 크다.

여기에 코레일 유통에서도 대합실 내 판매점을 신설하면서 정화시설도 없이 오수를 오수관에 직접 연결해 그대로 방류시킨 사실도 밝혀져 수원역사가 총체적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데 분통이 치민다. 정부가 내세워온 오·폐수 정화시설 설치 등 오염방지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용량부족 등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잖아도 난개발로 인한 오·폐수 방류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현실이다. 도시는 물론 산과 바닷가까지 난개발이 이뤄져 오수발생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개발자들의 환경의식 제고가 선행돼야 할 과제다. 팔달구는 이번 애경역사 오수방류에 대해 과태료 200만원과 함께 방류수질 개선명령을 내렸다. 개선명령에 따라 애경 측은 한 달 내에 시설 보완이나 문제점을 등을 진단한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는 시설개선이 되기까지 예측불허인 상황에서 악취는 계속 풍길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몽땅 시민이 입게될 것이 뻔하다.

주민들은 올 초부터 시꺼먼 물이 하수구와 인근 매산천으로 쏟아져 나와 악취에 시달리다 못해 애경역사 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다 뒤늦게 당국의 단속에 적발된 것은 대기업의 환경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탄을 받는 이유다. 이제 당국은 오·폐수 방류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을 펼쳐 오염을 막는데 행정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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