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따른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우범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성범죄 등 강력범죄 발생한 김수철 사건의 경우 영등포 재개발지역에서 일어났고 부산의 김길태 사건도 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해 이 지역들의 우범화를 막기 위해서는 CCTV, 방범등, 경력 집중 배치 등 방범 시스템이 강화돼야 하지만 방범력이 미치지 못해 시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수원지역도 주건환경개선사업 지구 내에 빈집들이 늘면서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등동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이후 인근 지역주민들이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군데군데 빈집이 방치된 데다 수원역을 이용하는 외지인의 유입도 많아져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이 경찰에 방범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안심할 만한 대책이 없다.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지구대 체제를 파출소 체제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이지만 그동안 지구대 운영의 시행착오를 과감히 개선하지 못한 것은 치안 부재의 원인이 돼 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수원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도처에서 벌어지면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지난 19일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의 식당 여주인 피살사건만 하더라도 용의자가 인근 매산로의 한 중국집 배달원으로 전과 22범에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출소한 후 갈 곳이 없어 인근 빈집에 머물며 배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방범 강화 요구에 입을 모으고 있지만 19명의 경력이 3교대로 치안을 맡고 있는 게 고작이다.

인근 매산지구대가 순찰인력 40여명에 순찰차 4대, 서호파출소가 3대인 점을 감안하면 고등파출소 인력만으로 빈집들이 늘비한 이 일대의 치안은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지역은 4000세대 중 9%에 가까운 350여세대가 이주를 마쳐 빈집이 곳곳에 산재된 채 방치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일부 근로자와 비행청소년들은 집단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경우가 잦아 이곳 주민들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40년을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요즘처럼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불안한 때는 없었다"며 "밤길 걷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경찰은 어느 곳보다 우범화 되고 있는 수원지역의 재개발지역에 대한 치안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성범죄 등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강력범죄가 재개발로 빈집들이 늘어나면서 범죄의 무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사실상 주거환경개선지구가 치안의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해당 지역 파출소 직원의 하소연은 한 귀로 듣고 흘릴 대목이 아니다. 경찰의 방범시스템 강화를 위해서는 경력의 증원배치는 물론이고 수원시도 CCTV 설치에 사생활 침해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범죄예방이 먼저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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