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수원의 하천들을 살려야 한다. 수원천을 비롯한 수원시 내 4대 하천이 토사 유입과 오수 역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 해 전까지 만해도 시와 시민·환경단체, 뜻있는 문화인들이 수원천 살리기 운동에 나서 복개공사를 중단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 물고기가 살아 숨 쉬는 하천이었다. 서울 청계천보다 앞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악취와 해충으로 인해 접근조차 꺼리던 시민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수원천을 걸었다. 맑아진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활기있게 노닐었다.
 
그랬던 하천들이 중상류에서 복개복원공사와 광교신도시 건설공사 등 각종 개발로 파헤쳐지면서 토사 유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급격한 토사 유입으로 비만 오면 시뻘건 흙탕물에 하천이 파묻히고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원천과 황구지천, 원천리천, 서호천 등 수원지역을 지나 평택호로 모이게 되는 4개 하천 주변의 생태계가 다시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복개천공사가 한창인 수원천 중상류 인근 일대는 그 위쪽과는 달리 흙탕물이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비만 오면 반복되는 현상은 상류에서 흐르던 물이 수원천 복개구간을 지나면서 흙탕물로 변하고 있다. 칠보산에서 발원된 황구지천도 최근 급격한 토사 유입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택지개발지구의 토사가 황구지천으로 유입하면서 하천 바닥이 높아졌다. 상류에서 광교신도시 건설사업이 한창인 원천리천도 비만 오면 물고기가 폐사해 떠오르는 죽음의 하천으로 변한 지 오래다. 특히 원천리천은 광교신도시 건설사업으로 인해 물길이 막히면서 수량이 급격히 줄어 탁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수원시 내 4대 하천의 수중 생태계가 토사 유입과 수량부족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지만 시는 준설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갈대 부들, 연꽃 등의 정수식물 대신 튤립 등의 꽃들을 식재해 장마 시 흙들이 휩쓸려 내려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원형 보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자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이 시급한 개선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수원시가 준설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환경을 무시한 구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을 단순히 경제가치로 평가해선 안 된다. 하천 바닥에 쌓인 토사를 들어내는 준설은 또 다른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기에 그렇다. 생활하수와 빗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합류식 관거를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제안을 수원시는 흘려버릴 대목이 아니다. 또 "토사 유입의 경우 오탁방지막을 비롯해 침전지 등 방지시설 확보돼야 하고 4개 하천 상류 부근에 진행되고 있는 개발 현장에 대한 점검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서호·영화천살리기 운동 관계자의 주장은 일리 있다.

장마가 한창인 요즘 4대 하천의 수해도 우려된다.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지금까지 과정도 점검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택지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경인지방환경청이나 수원시의 무관심이나 방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깨끗한 하천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주민이 즐겨 찾는 친수공간, 생태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하천도 살고 사람도 사는 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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