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농성 해제로 파행 3일만 만에 정상화됐다. 파행의 발단 자체가 너무 유치하고 황당하다. 그나마 파행 3일만에 의장이 나서 급한 불을 끈 것은 다행이다. 도의회 한나라당은  지난 3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재안 도의장이 이번 파행의 책임은 민주당 도의회 수석부대표인 정기열 의원의 '막말' 발언'에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 농성을 풀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일단락됐다.

제6기 경기도의회가 출범부터 원구성을 놓고  기싸움만 벌여 비판을 받아 오던 터에 다시 의원의 '막말 발언'이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한마디로 민생은 아랑곳없이 지방자치의 한계성을 노정시킨 것이다. 지방의회는 일하는 모습으로 집행부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야합과 패거리 노름에 능통하는 설익은 지방의회로 머문다면 민주주의의 희망은 없기에 그렇다. 그래서 지방행정기관의 견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자질 문제, 전문성 결여, 집행부와의 유착, 일당 독주 등이 자주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주민의 대의기구로서 집행부 견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회는 그동안 생활정치 실현에 앞장서며 의회민주주의에 앞장서 온 것은 사실이다.  6·2 지방선거에서 도내 상당수 기초의회 여야 간 의석수가 여소야대로 만들어졌다. 경기도의회도 여소야대다. 집행부는 여당 도지사다. 자치 정신을 잘 살려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도의회는 출범부터 원구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등 도의회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의회 내 이런저런  자리를 두고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내부의 혼란을 보였고 한나라당은 소수당 보호논리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바람에 개원을 앞두고 자리다툼을 계속하는 진통을 겪었다. 지방자치 정신에 맞추어 의회를 잘 운영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구도다. 하지만 반대로 다수의 힘만 믿고 안하무인식 의회 운영을 한다면 일당 지배의 위험성에 대한 유권자의 각성만 키우는 허수가 될 것이다.

이번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의 '막말 발언' 만해도 의회의 파행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다수의 힘을 믿고 위세부린 교만이다. 겸손해야 할 의석수 배분이지 교만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소속정당보다 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적 책무를 부여받게 된다.

의회 운영과정에서 타협보다 소모적 갈등을 빚는 일은 곧 주민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경기도의회는 한나라당 본회의장 점거 해제에 따라 오는 7일부터 제1차 정례회의회 일정에 들어간다. 이번 회기에는 2009년도 경기도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승인, 2010년도 도교육청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해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일부 개정안 등 처리할 예정이다. 이제 경기도의회는 새롭고 창조적 발상으로 선진의정활동을 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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