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서해안을 중심으로 과수와 비닐작물 등이 크게 피해를 입었다.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터여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추석을 보름 앞두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채소, 과일, 생선 등 농수산물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값이 뛰는 정도를 넘어 시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급등 수준이며,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추(적포기)가 4㎏당 8월 넷째 주 도매가격이 5만9000원에서 태풍이 지나가고 불과 1주일 사이에 6만6600원으로 11%, 전년대비로는 무려 220% 상승했다. 사과(아오리)는 10㎏당 작년에 1만6000원에서 4만3500원으로 171%, 무는 15㎏당 2만6000원으로 154% 상승했다. 특히 얼갈이 경우는 4㎏당 9500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27% 가까이 올랐다.

찬거리 재료 전반에서 가격이 오르다 보니 1만원 가지고 식탁에 올릴 만한 것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과일도 1~2주 만에 배 이상 오른 것이 수두룩하다. 야채와 과일 값이 크게 오른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상 기후로 생육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상저온을 보였던 봄을 지나 여름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국지성 강우까지 더해지면서 일조량이 부족했다.

해마다 추석을 전후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곤 했지만, 올해엔 물가 불안을 걱정해야 하는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값 상승이 맞물려 이미 물가안정기조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 방안'을 내놓았다. 제수품을 비롯해 주요 성수품 가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공급량을 늘려 수급 안정을 기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불공정행위 집중단속, 할당관세 추진, 공공요금 인상 제한 등도 들어 있다.

정부 대책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째 2%대의 안정세라지만 무, 배추 등 신선식품이 뛰기 시작한 것은 이미 봄부터다. 주요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물가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손 놓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의례적인 물가 대책을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용도 새로울 게 없다. 성수품 선정 특별관리, 제수용품 공급 확대, 농축수산물 의무수입물량 조기 도입 등 매년 되풀이되는 단골메뉴 대책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의 작황 부실과 해외 요인 등이 겹쳐 특단의 수단이 없다고 하지만 대책치곤 너무 안이한 접근이다. 정부는 보다 책임감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현장을 뛰며 물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품목별 중점 관리나 특별 단속은 물론 직거래 장터 개설과 같은 미시적 수단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고물가의 근본적인 원인인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물가 대책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머물 뿐이다.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여간해서는 내림세로 돌아서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다. 물가상승에 선제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벤트성 물가대책이 아니라 연중 내내 상시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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