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동초등학교가 5년 동안 학생들에게 받은 급식비 등 공금 수천만원을 빼돌린 행정실 직원을 적발하고도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이미 7개월 전 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여론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법기관에 고발은커녕 상부 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는데 그쳤다. 학생들의 밥값 등으로 돌아가야 할 돈을 빼돌려 사생활에 써버린 파렴치한 행위는 누가 봐도 중대한 범죄다.

대통령도 얼마 전 한 라디오 연설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 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 단언하고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맞는 얘기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껏 횡령을 저지른 상당수 공직자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주고 있다. 이번 학교 행정실 직원의 범죄행위는 피해자인 학부모 나아가 시민 입장에선 황당한 노릇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7월 초등학교 60개교와 중학교 43개교, 고등학교 21개교 등 도내 124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급식비와 현장학습비, 학교운영지원비 등 세입금 관리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뒤늦게 지동초교의 횡령사실을 밝혀냈다. 감사 결과 지동초교 행정실 회계직원 송모(28·여)는 지난 2005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년7개월여 동안 급식비와 제증명수수료 등을 현금 수납하면서 모두 4482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지난해 11월 송씨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도교육청 등에 보고하지 않은 채 사건을 얼버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학교의 운영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더구나 학교 측의 변명이 기막히다. "당시 횡령액이 400여만원에 불과해 변제받은 뒤 자진 퇴사토록 했다"는 것이다. 지동초교 A 교장은 지난해 말 부임 당시 횡령사건을 알았으면서도 송씨의 퇴직 처리만 한 채 뒤늦게 7개월 지나서야 도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이 학교 교장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보고하려 했던 것이며 은폐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판이니 교육계 비리가 그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 정도 횡령액수는 검찰에 고발해 재판에 회부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최근 판결 추세에 비추어 실형이 선고된다. 같은 공금을 횡령했어도 어떤 이는 운이 좋아 퇴직으로 끝나고 어떤 이는 징역을 사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그동안 교육계 비리는 헤아릴 수 없다. 학교장의 교구납품 비리, 수학여행 웃돈 챙기기, 학교 내 공사 시공업체 선정과정서 뇌물수수 등 한마디로 교육계의 장래가 위태로울 정도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무장과 함께 형사처벌이라는 제도적 징벌이 없으면 공무원 처우 개선에 상관없이 비리는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공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이를 횡령하는 것은 세금을 도둑질하는 범죄다. 범죄자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이를 알고도 몇 개월을 상부 보고나 고발을 뒤로 한 채 얼버무린 관리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직자 사회에서 제 식구 감싸기는 범죄를 양산하는 요인이기에 그렇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