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에 치중해야 할 교사가 각종 잡무로 시달리고 있다. 공문서 작성과 지역 행사 동원 등으로 본연의 수업 준비 시간이 빼앗기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대목이다. 특히 수원지역은 도내 25개 지역교육청 중 교사들이 잡무로 인해 느끼는 체감 피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7월 도내 현장 교원 200명을 대상으로 업무 경감 만족도 모니터링을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1%가 지난해에 비해 업무가 경감됐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2월의 첫 조사보다 35.8%가 증가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교사들에게 수업 준비 외에 잡무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한 '교원 업무 경감' 정책의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 결과로서 도내 교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향상된 것은 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역교육청별 만족도를 살펴보면 광주하남교육청은 교사 중 90%가 만족한 반면 수원교육청은 63.6%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수원지역 교사들은 각종 공문서 수발이나 대외 업무 등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격언은 교육의 결과는 교사의 자질과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얘기다. 이는 학교에서 교사의 구실이 얼마나 큰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는 한낱 듣기 좋은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주당 평균수업 시간 등 교육 하드웨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인 데다 각종 잡무로 이중고를 겪고 있으니 교육의 질 향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번 조사에서 도내 교사들은 공문서 작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문서의 양, 질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도내 평균 만족도는 76.3%로 나타난 반면 수원교육청은 겨우 절반을 넘은 50%대에 그쳤다. 실제로 수원교육청 평균 공문서 건수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월평균 713건으로 비슷한 규모의 용인교육청 495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치다.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불필요한 출장요구도 교사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로 특히 지역행사에 교사들이 동원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100만원 내외의 소액 예산이 필요한 체험활동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담당 교사의 초안작성을 시작으로 관리자(교장·교감)와 교육청 사이에 수십장이 넘는 공문이 오가야 하는 실정"이라는 수원의 한 중학교 교사의 하소연은 한귀로 듣고 흘릴 일이 아니다. 수업시간 외에는 이를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데다 지역 행사 참가까지 겹칠 때는 수업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은 뻔하다.

이제 행정의 낭비를 가져오는 형식적인 업무는 교사가 수업을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교사들의 교육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수원시교육청은 차제에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으로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의 열의를 꺾는 교육계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개선함으로써 명실 공히 선진교육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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