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한 택시 카드결제기가 잦은 고장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한다. 카드결제기의 잦은 고장이 승객들은 물론 택시기사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시는 관리주체가 조합 측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원시가 택시업계의 경영개선과 승객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총 3억4000여만원을 들여 관내 택시 4760대 중 설치되지 않은 1014대에 설치한 카드결제기가 불과 1개월도 안 돼 먹통이 돼 시민불편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에 나서야 할 시가 '사 줬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방관 자세는 아무래도 옳지 않다.

1대당 17만원씩 소요되는 장비는 수원시가 50%를 지원하고, 개인택시는 기사가, 법인택시는 사업자가 각각 50%씩 부담해 지난 7월까지 카드결제기 미설치 법인택시 634대와 개인택시 380대에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가까이는 설치된 지 불과 1개월여 만에 카드결제기가 고장 나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니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승객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단말기가 고장 났다는 택시기사들이 많아지자 카드이용에 대한 거부감도 불거지고 있다. 또 택시를 타기 전에 카드결제가 되는지부터 물어봐야 하고, 그런 경우에도 목적지에 도착한 후 결제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줘야 하는 불편도 적지 않다. 카드결제기가 자주 고장 나 불만을 제기하기는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승객에게 결제기가 고장 났다고 하면 오히려 요금을 현금으로 낼 것을 강요하는 악덕 기사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그러진 수원시 택시행정의 한 단면이다. 카드결제기 고장이 시민의 불신과 불만을 조성하고 있지만, 그 대책이 너무 미흡하기에 그렇다. 적어도 신규설치 결제기가 고장을 일으킨다는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접수되면 신속히 나서 회수하고 고장 원인을 파악해 불량품은 교환하거나 정비에 나서야 한다.

고장의 유형은 결제 후 영수증이 출력되지 않거나 신용카드 승인에 수십 분이 걸리는 등이다. 이는 시가 업그레이드나 간단한 수리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문제임에도 '설치만 하고 모른 체' 하는 시의 행태에 불만이 표출되는 이유다. 수원시 관계자는 아직 A/S 기간 중인 점과 예산상 문제를 들어 카드결제기 고장 수리와 관리는 각 조합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했다. 시나 조합은 서로 미룰 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그 피해가 시민에게 있음 유념하고 즉시 협의를 거쳐 고장 불편을 해소하는데 나서주기 바란다.

수원시는 2008년 말에도 원터치 카드결제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시행 초부터 실효성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원터치 카드단말기가 eb카드, 스마트 티머니, 서울시버스조합 등 4종류의 결제가 가능해 이용자들의 선택 폭이 넓었지만, 수원시의 카드단말기는 eb카드 단 한 종류만 결제하게 하는 시행착오로 승객의 불편을 샀다.

이제 수원시가 경기도의 수부도시로 교통행정의 선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의식변화가 먼저다. 부연해서 개인과 일반택시의 콜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브랜드 택시사업 등 보다 승객의 편의를 위한 택시교통 선진화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