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실질적으로 우리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22일 추석을 전후해 18일부터 26일까지 징검다리 휴일로 이어져 대부분의 기업체와 직장에서는 일주일 이상 쉬는 곳이 많다. 한가위 연휴 기간이 넉넉한 만큼 고향 오가는 길은 예년보다 그리 힘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정성 가득 차례를 지내고 친지들과 정을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여야 할 텐데 실상은 우울하기만 하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 여파에 최근 태풍 곤파스 피해 농가가 늘어나 채소 과일값이 폭등하면서 산지와 소비자가 모두 울상이다. 명절민심은 시름에 잠겨 있는데 정치권의 정쟁은 실망만 안겨주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연휴가 길어도 지갑이 얄팍하다 보니 가족 친지가 한데 모여 나누는 정담도 그리 흔쾌하지 않다. 중산층만 해도 황금연휴 동안 해외여행으로 발길을 돌려 비행기는 초만원이고 그 어느 때보다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그들도 여행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 일이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어려운 경제도 생각해야 하는 등 돌아보아야 할 것도 많다. 경제지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만 해도 그렇다. 배추 한 단(4포기)이 수원지역에서는 평균가격이 1만638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770원 대비 무려 110%나 치솟았다. 무(1㎏) 가격은 2446원으로 지난해 1223원 대비 두 배나 올랐다. 차례상에 오를 품목들도 요동치고 있다. 생선류도 조기, 고등어, 갈치 등이 15~50%가 올랐다. 정부가 서민물가안정을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쏟아져나오는 판이다.
치솟는 물가로 인해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는 제수용품 대신 한숨이 그득하다. 추석 물가도 그렇지만 최근 경제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서민경제의 주름을 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점에서 정치권은 밑바닥 정서를 간파하고 실천하려는 진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정치권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석 민심잡기에 나서는 모양이다. 연휴기간 중 정치권은 시장 상인과의 간담회, 보금자리주택 등 서민 정책과 서민들의 고충을 체험하며 바닥 민심을 살피는 행보 속에 여야 모두 '서민 플랜들리'를 강조하느라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지만 미덥지는 못하다. 서민들의 고통을 보듬기 위한다기보다는 정국 주도권 다툼을 선점하려는 당리당략으로밖에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사실 추석 민심이 넉넉하지 않다. 내수침체는 여전하고 양극화 현상도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불안하다.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자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족 볼 낯이 없다며 귀성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젊은이가 사회와 가족 구성원에게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그만큼 국가경쟁력이 손실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이번 추석연휴를 계기로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저 요식행위로서의 민심잡기는 통할 리 만무하다. 희망을 주고 성취하는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