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도 길었다. 일터에 따라서는 징검다리 근무일을 모두 휴일에 포함시켜 최장 아흐레를 쉬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기나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맘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폭염에 가을장마, 태풍 등으로 작황이 나빠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장바구니 물가는 살인적인 폭탄 수준이었기에 그렇다.

어떤 이유를 달더라도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한가위는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특별한 명절이 아닐 수 없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정성 가득 차례를 지내고 친지들과 정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지는 산지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치솟은 물가로 차례상 치르기가 버거웠던 명절이었다.

채소와 과일류를 비롯한 수산물이 예년보다 몇 배씩 오른 품목이 허다했다. 정부가 물가대책을 내놓았지만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 그대로 뿌리를 찾아가는 귀향과 귀경 민족 대이동이었지만 우울한 마음 한구석을 지우기 어려웠다. 수출 호조로 일부 대기업이 혜택을 보고 있다지만 서민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푸념의 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추석을 하루 앞두고 수도권에 쏟아부은 폭우로 차례는커녕 당장 생활이 어려운 이재민이 1만여명에 이르고 물에 잠긴 침수가옥만도 1만가구에 가깝다니 한마디로 물폭탄이 추석을 쓸어간 것이다. 연휴 한복판에 쏟아부은 물폭탄은 기상예보를 무색게 했다. 기상예보만 제대로 맞췄다면 이런 피해는 최소화했을지도 모른다.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추석 당일 귀성과 귀경 차량이 최악의 교통체증을 가중시켰다. 흥겨워야 할 추석이 고통의 추석이었다.

그러나 긴 명절 연휴를 지내고 나면 마음 가득 충만감이 느껴지고 나름대로 뿌듯함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명절 증후군 중 대표적인 증상이 무력증이다. 무력증이 의욕상실로 이어지면 매사가 귀찮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가 싫다. 이런 증상은 과식, 과음이 심했을 때 더하다. 평소의 생활 리듬이 깨진 데서 비롯된 것이다. 주부들은 근육통 등 또 다른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농촌에서는 추석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바로 막바지 가을걷이가 한창일 것이다. 도시의 직장에서도 농촌의 신중하고 근면한 수확 준비를 본받아야 한다.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은 직장 근무자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휴식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벌어 살아가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명절 연휴가 힘들다. 더구나 일당을 받는 근무자는 다른 달과 비교하면 절반의 근무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올 추석 민심을 제대로 파악했는가. 생활고에 지친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민생현장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슴으로 민심으로 듣지 않은 행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 추석연휴가 끝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경했지만 어쩌랴, 다시 시작을 준비하고 달려가자. 연휴에 겪었던 즐거웠던 일, 고통스러웠던 일, 각자의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 하자. 평상심으로 돌아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길은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분하는 절제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헤매지 말고 제발 민심을 파악하기 바란다. 정치는 시민을 잘살고 편안하게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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