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모범음식점 제도가 지도·감독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 먹을거리는 관광수요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한 기억은 그 지역을 기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그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거나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요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수원시가 도입한 모범음식점 제도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자괴감을 갖는다. 업소 주인이 바뀌어도 재지정 심사는커녕 '모범음식점 표지판'이 버젓이 걸려 있다. 결국 지정만 한 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팔달구의 한 모범음식점은 양도·양수를 통해 영업자지위가 제3자에게 승계됐지만 모범음식점 표지판을 식당 현관에 그대로 걸어놓고 있다. 하지만 비위생 상태를 보면 그 간판이 무색하다. 모범업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위생모 착용 및 외국어 메뉴판 비치, 명찰 패용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식단문화 개선과 위생문화수준 향상이란 모범음식점 지정 취지가 실종된 것이다. 영통구의 한 모범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개월 전 다른 업주가 인수한 후에도 모범음식점 표지판은 회수되지 않았다. 이 식당 주인은 "모범음식점은 양수할 때 지정 권한도 함께 물려받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위생 당국에서 표지판을 떼라는 처분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사이비 모범음식점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양도·양수를 통해 영업자지위가 승계된 경우 모범음식점 지정을 취소하고 표지판과 지정증을 회수해야 하게 돼 있다. 또 영업자지위 승계 후 재신청이 있을 경우 1개월 이내 현장조사를 거친 후 모범음식점 지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시는 관내 365개 모범음식점 중 상당수가 이같이 사이비 음식점으로 둔갑하고 있지만, 행정지도나 현장조사 등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행정지도를 받지 않고 방치된 음식점이고 보면 위생상태가 좋을 리 없다. 업소 안팎 환경 불결, 종사자 위생상태 불량, 무표시 제품사용, 조리기구 청결부실, 화장실 청결 불량 등 문제점이 가지가지일 것이 뻔하다.

수원시의 사후 관리 부재와 겉과 속이 다른 업소들의 잘못된 행태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속아온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모범음식점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정직한 업소들에도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관광음식문화를 표방한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수도 사용료, 쓰레기봉투 지원, 각종 세제혜택과 포상 등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특히 식품위생법상 모범음식점 수는 일반음식점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정작 지정요건을 갖춘 업소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수원은 각종 국제규모의 체육행사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로 외지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 관광객이 식당들의 엉성한 위생관리로 나쁜 인상을 받게 되고 발걸음을 돌린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관광산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음식문화인 모범음식점의 기득권 의식을 확 깰 수 있어야 한다. 모범업소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그 관리 감독은 시민사회단체 등에 맡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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