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무, 파 등 채소류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배추 한 포기당 최고 1만500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 한 개에 4000원, 대파 한 단에 6000원을 넘어서 주부들이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민들은 김치도 맘대로 담가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서민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식당에서는 김치나 깍두기를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올가을 국산 배추 재배면적은 가을 배추와 준고랭지 배추(2기작)를 합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또 풍년을 가늠하는 평당 수확량도 7%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배량 감소로 인해 배추값이 폭등, 도매 시세의 경우 5톤 트럭 기준으로 대당 250만원 내에 거래되던 것이 2배 이상 상승해 5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김장 채소류인 무와 대파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아 지난해 1000원대에 머물던 대파 한단 가격이 무려 6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더구나 10월 말에 나오게 될 가을 배추가 작황이 좋지 않고 재배량이 줄어 공급량이 달릴 것이 뻔하다. 그 원인은 좋지 않은 기상조건으로 작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이달 초 태풍 곤파스가 겹치면서 전국 배추 재배면적의 15% 정도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특히 강원도 고랭지 채소의 경우 고온다습한 기후로 속이 녹아내리는 '꿀통병'이 퍼지면서 수확량이 지난해의 40% 정도 격감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배추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덩달아 김장 재료인 무와 대파 등도 추석 때 오른 값이 20~30% 더 오르고 있어 김장 파동을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걱정이 보통이 아니다.

김장철이 채 되기도 전부터 수원 및 경기지역 김치 제조업체들은 배추 가격이 고가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채산성 악화 걱정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고 한다.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김치가 ‘금치’가 돼 불우이웃과 시설원에 반찬나누기 행사도 대폭 줄었다.

김장 파동이 없도록 더 이상 배추값 폭등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께 평야지대에서 재배된 배추가 나오기 시작하면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작황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기상이변이 9월까지 이어져 김장배추 월동배추 등의 파종이 늦어지고 이 때문에 연말까지도 가격이 안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각별한 대응을 하지 않는 한 채소값 파동이 장기화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당장은 긴급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간 유통상인들이 담합이나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는 일은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 볼 일이다. 또 유통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채소류가 장기보관에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도매상들을 육성하면 보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제 장기적으로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은 더는 변수가 아니다. 미리 대비해야 할 예견된 재해라는 얘기다. 이상기후를 견뎌낼 품종 개발은 물론이고 농협 등을 통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저장능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김장철을 대비해 배추파종을 독려하는 것도 가격안정을 도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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