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값이 계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0.14% 올랐다. 8주 연속 오름세를 보여 올해 최대 상승폭이다. 전세값 상승은 무엇보다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집을 사기 꺼리고 셋집을 선호하는 심리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매매가 대비 전세값 비중이 더 오르면 집 구매로 이어져 주택경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전세값 상승은 가뜩이나 돈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집주인이 보증금 500만원, 1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하면 어디서 쉽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가을 이사철, 재개발·재건축 이주 등으로 수요 유입은 꾸준한 반면 불안한 매매시장은 전세입자들의 재계약률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물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중소형 아파트 상승세가 대형 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매매시장은 추석연휴가 지나고도 큰 변화가 없다. 더욱이 매수세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자 일부 매도자들이 매도가를 다시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낙폭이 확대될 것이란 게 부동산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데다 집값 안정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런 꼴이 빚어진다면 엎친 데 덮치는 양상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황 속의 물가상승이라는 최악의 국면이 빚어질 우려도 없지 않다.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의 전세가 변동률은 0.16%를 기록한 가운데 수원시가 0.10% 상승했고 지역별로는 용인시가 0.43%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어 남양주(0.37%), 화성시(0.30%), 시흥시(0.21%) 등 대부분이 올랐다. 수원지역의 전세시장은 여전히 물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수요도 꾸준히 10월을 지나 겨울 비수기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전세를 찾지 못해 일부 실수요자가 가격이 저렴한 주거지역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이사철에 생기는 소형 매매 현상으로 직접적인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분양상황을 보면 전국 7834가구, 수도권 4656가구로 최근 5년간 9월 평균 실적 전국 2만7004가구, 수도권 1만4607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상반기 수도권 입주 예정물량은 총 4만4940가구로 올해 하반기 물량의 47%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미분양된 집이나 최근 입주물량 대부분이 대형 위주여서 소형을 찾는 서민들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할 전망이다.

서민의 주거환경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그렇더라도 '물량 폭탄' 식의 공급이나 실적위주의 졸속 건설은 피해야 한다. 시장의 수급, 파급 효과, 부작용 등을 잘 따져 물량시기를 조절하는 등 시장과의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 기능을 훼손하거나, 전세값 급등 등의 우려는 없는지, 도시기능을 제대로 살려 계획을 세웠는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서둘러 셋집 공급을 늘려 전세값을 안정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