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물 2호인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팔달문(八達門)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수원시는 216년의 역사를 지닌 팔달문이 오랜 세월 속에서도 원형은 그대로 잘 간직하고 있으나 문루 2층에 변형과 손상이 발생함에 따라 목조 부분을 전면해체하고 보수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형이 손괴돼 제 모습을 잃기 전에 미리 손을 봐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밀진단 결과 오랜 하중에 따라 목조부분의 변형으로 해체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내년 말까지를 목표로 해체 보수공사에 들어갔다”는 화성사업소 관계자의 말을 보면 그토록 짧은 기간에 복원할 수 있을지, 졸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조들의 지혜로 성축된 전통건축물 복원에 공정이 무시될 수 있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구조물에 갈아 끼울 목조만 하더라도 건조하는 데만 3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목재는 비틀어짐 현상을 막기 위해 최소한 3년간 말림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문화재 보수에 쓰일 목재 아파트 짓듯 공기를 꿰맞출 게 아니다.

지금 팔달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문루 2층 들보가 쳐지고 기둥과 기둥 사이가 벌어져 기울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처마의 무게를 기둥에 집중되는 것을 분산시켜 벽으로 전달해주는 공포도 앞쪽으로 쏠린 상태다. 특히 지붕의 기와는 상태가 양호하나 목부재는 하중에 의해 처짐과 일부가 외부로 이탈하거나 부러지는 현상이 발생해 2층 문루 110㎡ 규모 전체를 들어내 목조 부위의 변형을 바로잡고 부러져 훼손된 목조는 교체할 계획이다.

시는 옹성 내·외부 전돌의 백화를 제거하고 부식되지 않도록 경화 처리하는 작업도 벌인다는 계획인데 이 또한 복원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작업인 잔해 상태를 파악하고 관련된 사료들을 제대로 수집하는 것만도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밀려난 잔해석과 문루 들보 처짐 등을 바로 잡는 데도 각각 한두 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재는 당대 국민의 것만이 아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만큼 소중하게 가꿔 후대에 넘겨줘야 한다. 문화재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해서 문화재는 전시행정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 된다. 수원화성은 효의 상징이다. 조선 정조 18년(1794)에 지어진 수원화성의 팔달문은 80년 전 일제에 의해 역사성을 잃은 채 복원되는 등 굴곡진 민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이런 아픔이 있었으나 하루라도 빨리 팔달문이 복원돼 시민의 곁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당국이 단기간에 복원하려는 발상은 주먹구구식 졸속 공사를 낳을 수 있다. 시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기를 원하는 이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문화재는 우리 문화의 정신이 담긴 유산이다. 이렇듯 소중한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다.

화성의 건축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화성성역의궤(華城成役儀軌) 등을 토대로 원형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화성사업소의 의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결코 1년여 공정기간으로는 역부족이다. 속도전은 문화재의 적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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