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학생 체벌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학생 체벌을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며칠 전 수원의 모 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잠을 자던 학생 2명을 체벌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학교의 모든 조치에 순응한다'는 신입생 및 학부모 대상 서약서와 학생지도 방식이 인권침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은 뒤늦게 10여일이 지나서야 체벌 도구를 폐기하고 체벌 동의서를 없애 인권을 선도하는 학교로 거듭나겠다는 학교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이 학교는 학생지도용 '떡메'(몽둥이형 체벌도구)로 학생을 다스려온 구시대적 교육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신입생에게 체벌 동의서로 불리는 서약서까지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4월에는 파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축구부인 S군이 코치에게 체벌 당한 뒤 하루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축구 연습 도중 동료와 말다툼했다는 이유로 코치로부터 머리 등을 맞은 뒤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깨어나지 못했다. 사인이 체벌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교사가 매질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학부모의 분노가 클 수밖에 없다.

일련의 학생 체벌에 대해 교육계에선 '체벌 없는 교육'이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교사의 일방적인 화풀이 같은 행태라면 그건 체벌이 아니라 '교단 폭력'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린 초등학생까지 그런 식으로 다스리는 건 교사의 양식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체벌금지를 담은 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에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 교육청 관할에서 끔찍한 체벌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할 수 있는 현행 법령 규정을 고치는 것은 지역 교육청 간 혼선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계 안팎에서는 체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체벌의 전면금지는 교실을 황폐화하고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체벌은 학생인권을 억압하는 폭력적 권위의 수단일 뿐이다. 지금 공교육 현주소는 어떤가. 교사는 철밥통을 끼고 평가받기조차 거부하며 속 편하게 사는 직장의 대명사가 됐다. 교육 수준이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높아진 학부모 입장에선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학원강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교사들 스스로 그런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옛날처럼 매나 흔드는 구시대적 발상을 버리지 못한다면 누가 이를 수긍하겠는가.

학교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설학원에서도 체벌과 인권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최근 "학생인권보장은 이제 선택이나 재량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 지침은 백번 맞다. 문제는 지침대로 일선 학교 교사들이 실천하느냐다. 어떤 이유로든 체벌교사에 대해서는 응징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래서 교사부터 발상을 전환해 학생 지도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체벌금지 등을 전제로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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