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원인 모를 흙탕물이 나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흙탕물이 각 가정 주방 수도꼭지로 쏟아져 내렸을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죈다. 천재지변으로 상수도관이 파손되거나 미처 정수되지 못해 탁류가 흐른 것도 아니다. 멀쩡한 날 3일간 계속 흙탕물이 수도관을 타고 흘렀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주민들은 예견된 인재(人災)로 보고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흙탕물 원인을 나흘째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발생 나흘째인 그제 염태영 수원시장이 뒷북 사과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29일부터 3일 동안 흙탕물이 각 가정으로 흘러들어 간 지역은 권선구 세류3동과 고색동, 권선동, 팔달구 우만동, 인계동 등 중심지 4만4000여 가구에서 피해를 입었다. 염 시장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하고 사과와 함께 피해 가구에 대해서는 수도요금 감면과 적절한 피해보상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염 시장이 이번 사고에 "광교신도시 내 광역상수도(5단계) 이설 시 신설관 내부에 퇴적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인 규명을 거쳐 책임 있는 조치와 그 결과를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시 자체에서는 아직도 원인 파악이 모호한 상태다. 식수가 구정물로 변한 긴급상황이 벌어졌지만, 대처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한마디로 복지부동의 무능 행정을 보이고 있는 표본이어서 안타깝다.

수원시와 경기도시공사 측이 서로 이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지난달 28~29일 경기도시공사가 용인시 상현동에서 시행한 광역상수도 5단계 송수관로 연결작업으로 빚어졌다고 밝혔다. 광교신도시 조성에 따른 1350m 송수관로 연결작업을 벌인 것 외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체의 공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광역상수도 연결공사가 흙탕물 수돗물 원인이라는 게 수원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시공사 측은 "시 담당공무원이 입회한 가운데 연결작업을 했고 관로 연결을 앞두고 신설관로를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불순물 제거를 위한 통수작업까지 벌여 광역상수도 공사로 인한 사고가 아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주장 중 하나는 분명히 원인과는 별개다.

사고가 발생하자 시는 이 지역 주요 도로에 매설된 소화전에서 물빼기 작업을 벌인 끝에 겨우 정상공급이 됐지만 어디서 흙탕물이 유입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시 공무원 입회하에 신설관로에 대한 통수작업을 실시했다면 이로 인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의 입장은 시민을 헷갈리게 한다. 사고 원인을 광교신도시 신설관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조사해야 한다. 이 지역에 오래된 노후상수도관은 얼마나 되는지, 개발위주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는 공사현장에서 외부의 충격을 받고 상수도관이 파열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는지, 지리정보팀을 총동원해 지하매설 상황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수원시의 행정이 염 시장이 주창해온 '시민과의 소통'이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번 흙탕물 수도 사건과 무관치 않다. 홍보의 기능이 시민과의 소통에 가교역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발 따로 손 따로 식의 행정은 시민의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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