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 3택지지구 철거민들이 그제 수원시청 앞에서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시 공무원 등과 4시간 동안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자가 발생했다. 도시 재개발로 인한 건물주와 세입자 및 철거민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도심 재개발 사업을 통해 토지와 건물 소유자는 상당한 이득을 봤지만, 영세 상인과 세입자들은 생활 터전을 잃거나 도시 외곽으로 내몰려 생존을 위협받았다.

이날 권선 3지구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80여명은 시청 앞으로 몰려와 수원시의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시 측의 반응이 없자 장기 농성을 위해 시청 정문 앞 보도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려다 현장에 투입된 시청 공무원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 등 100여명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재개발 용역업체들의 과잉 저지가 갈등을 키우고 철거민들의 폭력 저항을 조장한 측면도 있다. 철거민 문제가 민사상의 단순한 분쟁에서 인권 차원으로 악화된 이유다. 권선 3지구 외에도 경기도에서는 재개발 지역의 갈등이 곳곳에 널려 있다. 2011년까지 도내 재개발지구에서 수십건이 철거될 예정이다. 수원시에서만 도처에 재개발이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져 세들 주택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연세 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이 촉발하고 있다.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번 권선 3지구 철거민들은 시청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하다 1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다른 1명은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3시간 만에 풀려났다. 철거민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는 당장 살 곳을 잃어 수원시가 대책 마련을 받아들일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염태영 시장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시 관계자가 시장이 관내에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대화 없는 농성장은 갈등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재개발지역 주거세입자가 이주할 곳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당국의 무관심과 정책 부재가 농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률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 사정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 상가 분양권 우선 제공, 분쟁조정위 설치, 조합 투명성 확보를 골자로 한 재개발사업 후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에 대해서 임시방편적이며, 지역 실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재개발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권리금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양되지 않은 상가가 즐비하고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권을 준다는 방안이 실효가 있을 리 없다.

재개발 뉴타운 사업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중요한 원칙 한 가지를 세워야 한다. 그것은 사업 방향을 개발 이익 극대화 쪽에서 영세 원주민 주거여건 개선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세입자에 대한 권리금을 일부 지급하는 쪽으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임대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세입자를 위해 싸고 쉽게 돈을 빌릴 길을 터줘야 한다.

재개발은 본질적으로 공익적인 성격을 갖는 사업이지만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민간에 맡기고 있다. 수원시는 재개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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