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원이 정관 사업을 소홀히 한 채 각종 이벤트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원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수원문화원이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원은 문화 및 교육사업 등 향토문화 창달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체다.

그런데 수원문화원이 예술사업에까지 문어발식 사업을 벌인 것은 상업적 이벤트업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애리(한·비례) 시의원은 문화관광부 산하 수원문화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문화원 예산이 연간 19억원이 넘는데, 불필요한 사용처가 있다"며 "수원문화원은 지역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지만, 문화뿐 아니라 예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한기(한·세류1·2·3동) 의원도 "궁중음식전시나 음악축제를 문화원에서 해야 하냐"며 수원문화원이 시행하는 사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화가 일상적이고 생활밀착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풀뿌리 문화환경의 착근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원의 기능과 활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연간 20억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는 수원문화원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문화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여타 기초단체 문화원에 비하면 부익부의 전형으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수원문화원이 주민들에게 문화적으로 소외하거나 문화향수에 홀대한다면 운용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옳다.

수원문화원 관계자는 "직원이 10명인데 관리직도 문화원 소속이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고 정관 사업에 힘쓰겠다"는 말은 지금까지 불필요한 사업을 벌여왔음을 시인하는 얘기다.

또 백정선(민·파장, 송죽, 조원2동) 의원은 "작년 행감 때 리모델링한 귀빈실을 문화원 원장실로 사용하는 등 문화원에 대해 지적을 받았는데 개선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공간 활용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해 행감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행감 지적사항을 우습게 알고 묵살하는 문화원의 행태에 대해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란 강도 높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날 행감에서 정조대왕릉 체험 순례 내용도 있었다. 이영주(한·비례) 의원은 "정조대왕릉 체험 순례를 4일에서 5일로 늘려 첫째 날은 효 사상 교육을 하고 그 다음 날부터 순례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박희정 사무국장은 "그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순례자가 250명이라 하루 일정을 더 진행하게 되면 3000만원이 더 소요된다"며 "수혜자 부담을 더 늘리더라도 교육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적하면 검토하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은 그동안 개선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엄청난 예산을 지원받는 수원문화원이 과연 시민들의 문화체감지수가 그만큼 제고됐는지 의문이다. 수원문화원의 철저한 투명성이 요구된다. 행감과 감사를 통해 회계자료를 토대로 전반적인 운영실태가 공개돼야 할 것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문화원의 지원은 공익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한다. 그래서 명실공히 시민의 문화원으로 착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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