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의석이 훨씬 넘는 경기도의회 민주당의원들은 경기도의 새해 예산을 다루면서 중요 사업 부문에 전액 삭감하거나 대폭 삭감했다.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영어마을 출연금과 김문수 지사의 역점사업 대부분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큰 폭으로 줄여 해당 기관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엊그제 도의회 가족여성위원회는 내년 2청 평생교육국 예산을 심의하면서 영어마을 출연금 29억1893만원(저소득층 지원 8억원, 공공요금 9억원, 기타 시설 관리 유지비 등 12억원)의 55,03%인 16억643만원을 삭감했다.

경기영어마을은 글로벌 교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운영되는 조기 영어교육 기관이다. 이 영어마을은 지난해 64억원에 올해 30억원의 적자(10월 현재 23억원)운영 중이어서 이번 삭감된 출연금 13억원만의 예산이 의회에서 확정될 경우 살림을 꾸려나가기에는 버겁게 됐다. 비영리기관으로서 일정한 지출항목에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운영의 활성화를 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가족여성위원회의 예산 삭감은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명예교장으로 있는 경기창조학교도 매년 20억원 정도의 운영비가 있어야 정상운영이 가능하지만, 내년도 출연금 전액이 삭감돼 운영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예결특위에서 출연금이 살아나지 않으면 궁여지책으로 올해 사업차질이 예상되는 불용액 10억원을 내년으로 이월처리해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김 지사의 역점사업인 꿈나무안심학교를 학교 밖으로 확대하려던 계획도 제동이 걸렸다. 내년도 꿈나무안심학교 총괄지원센터 운영비 3억원과 학교 밖 운영비 12억원 중 8억2500만원이 가족위 예산심의에서 삭감됐다. "교사들이 업무 과중을 이유로 학교 안 꿈나무학교를 반대해 신청학교가 없어 학교 밖 안심학교 확대가 필요하다"는 평생교육국의 입장이고 보면 "실효성이 없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한 가족위의 예산심의가 실질적인 학교 밖 안심학교 운영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뤄진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집행부가 상정한 예산이 모두 타당할 수는 없다. 낭비성 예산이나 과다책정된 예산은 꼼꼼히 따져 삭감할 부분은 삭감하는 것이 의회의 임무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휘청거리도록 삭감을 위한 삭감으로 비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학교 밖 안심학교는 군포, 안산, 남양주, 의왕, 양주, 시흥시 등 15곳에서 개설해 줄 것을 도에 요청한 부분이다. 학교 밖 안심학교 예산 12억 중 8억원을 삭감한 것은 아예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올해 신설된 종무과가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의 발판'이라고 제기한 도의회문광위는 내년도 종교계 문화예술행사 지원사업비(3억3000만원) 종교지도자와의 상생발전토론회 사업비(1900만원) 예산 전액이 삭감했다. 이같이 예산삭감의 배경에는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이 맞지 않는다고 지역 사업에 무조건 제동을 거는 것은 지방의회의 본질이 아니다. 종교계 문화예술 지원과 종교지도자들과의 상생발전토론회 등은 여도, 야도 모두 필요성이 있다. 지역의 일꾼으로서 초당적 지역발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 여야를 떠나 지방의원은 중앙정치를 기웃거리지 말고 지역주민만을 보고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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