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질문이 지난주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의 누리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새끼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한 사진을 공개한 뒤 자신을 설득하는 글을 올리면 고양이를 살려주겠다며 게임을 제안하며 올린 글과 이후에 차례로 올라오는 고양이의 학대 사진은 마치 외국 범죄 수사물에서나 나올 법한 예고 살인의 그것과 같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했다. 일명 고양이 ‘차차’사건으로 불리는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은 지금도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 중이다.

 

도대체 생명경시의 수위는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올해만해도 29세 여성이 이웃집 고양이를 무참히 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에 이어, 연쇄 개 학대 사건 등 동물에 대한 학대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판에 이런 충격적인 사건은 사건의 진위를 떠나서 인간의 잔인함 극치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동물보호에 있어서 취약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신용 먹을거리로 잔인하게 동물을 이용하거나 유기동물에 대한 보호수준은 낮게 평가됐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이라면 ‘보신탕’을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일도 있었고, 외국의 유명 여배우에 의해 야만국가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국민의 동물에 대한 특히 반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한 인기 방송은 연예인들의 유기견 입양을 소재로 한 프로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 국민의 동물보호에 관한 인식이 매우 높아졌으며, 동물학대를 반대하거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던 것을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지칭한다. 동물이 애완용으로서 한낱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 마치 가족처럼 생을 마칠 때까지 함께 한다는 ‘반려’의 의미를 가진다. 동시에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동물에 관한 한 보호 수준에 그쳤었던 것이 이제는 동불 복지라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은 아직은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그 의미와 목적에 관해서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동물복지란 생명을 유지하고 생산 활동을 하는 상태가 얼마나 양호 또는 불량한가를 나타내는 말로써 동물에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조건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수의학에서 보는 것과 축산업에서 보는 견해가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관리, 보호하는 데 있어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비록 그 목적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소중히 여겨야 하며, 최대한 그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동물만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결국 인간을 위해 유지되어야 할 일이다. 대다수 사람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산된 동물 복지형 축산물에 대해 비용을 더 지불해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경외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요즘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보호적인 입장에서의 동물보호에 대한 견해는 작게 말하면 사라져가는 멸종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동물과 식물뿐만이 아니라 길가의 돌멩이조차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내가 키우는 동물이라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므로 소중한 것이다.

인간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란 우리가 선험적으로 알고 있는 윤리적인 것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것이 있다. 우리 인간이 무조건 생명이 소중하다고 알고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되기 이전에 어떠한 준비나 자격이 주어져야만 자녀를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되어 양육하면서 겪는 수많은 일과 자녀와의 교감을 통해 부모로서 완성돼 가는 것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와 함께 하는 모든 생명과 함께 그 안에서 웃고 울며 교감하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바탕으로 환경을 사랑하는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다.

고양이 ‘차차’를 학대한 이에게 되묻고 싶다. ‘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가라고 묻다니, 당신은 생명을 과연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아니면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밖에 환산하는 법을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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