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에서도 발생,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태 추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구제역 방역은 신속하고 체계적인 조기 대응이 성공의 열쇠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은 조기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는 화를 키우고 있다. 첫 의심 신고를 받은 후 여러 차례 신고를 받은 지 4일 만에야 겨우 정밀검사에서 구제역 발생을 공식 보고 한 안동시의 늑장대처가 그랬다.

그런데 경기도는 안동시의 졸속 대처를 반면교사로 신속한 방역 대응체제를 갖춰야 했음에도 결국 방역망이 뚫리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초래케 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지난 14일 경북과 멀리 떨어진 양주와 연천군 돼지 농가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 신고가 구제역으로 판정됐으며 파주시 젖소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경북지역 외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 경기도 3개 시·군이 처음이다. 구제역이 경기도 내에 급속히 퍼지는 양상인 데도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특히 돼지 구제역은 소 구제역보다 1000~3000배 가량 전파력을 갖고 있어 수도권 전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 경기도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경북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 외에도 새로운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망 구축에도 혼선이 불가피해 구제역의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어제까지 17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은 가축 16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02년 구제역 사태를 넘은 최악의 피해를 낳고 있다. 아직도 얼마나 더 살처분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결과는 당국의 초기대응 미숙과 허술한 방역망 관리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제역 발생 20일을 넘기고 있지만, 구제역 위기경보도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후에야 뒤늦게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또 안동을 다녀간 수의사가 신발을 갈아 신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곳곳에서 방역체제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방역체제가 이렇듯 허술하다 보니 2000년, 2002년을 물로 올해도 1월, 4월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당연하다. 구제역이 예고된 확산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방역체제로는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구제역 청정국 자격을 회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국은 더 이상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근본적인 가축 전염병 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구제역을 교훈으로 삼아 구멍 난 비상 방역체제를 재점검하고 메뉴얼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아울러 초동 대처에 늑장을 부린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악성가축전염병을 퇴치하지 못한다면 축산업에 희망이 없다. 해가 갈수록 방역체제가 진일보하기는커녕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지자체 공무원과 농축산 관련 기관 종사자와 축산농가들을 상대로 SOP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기민한 대응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역체제의 대대적인 혁신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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