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우리의 비상대피시설은 얼마나 허술하고 부족한지를 보여줬다. 북한의 포격에 당하기만 한 우리 군도 문제였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연평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대피 구호 체계는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족한 시설에 그나마 몇 개 있다는 대피소가 방치되고 있는 실상은 연평도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접경지역에도 실상은 다를 바 없다.

서해 5도는 물론 DMZ(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은 북한의 도발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긴장감에 싸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접경지역 대부분이 비상시 주민이 대피해야 할 시설이 태부족한 것으로 밝혀져 대책이 시급하다. "북한 지역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피할 곳이 없다"는 연천군 한 주민의 겁 먹은 목소리는 접경 지역의 실상을 짐작게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포와 파주, 연천 등 7개 시·군 접경지역 인구 수 등을 감안하면 모두 6857개의 비상대피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접경지역의 비상대피시설은 198곳에 불과해 부족한 488곳의 추가 시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평도의 경우 그나마 있다고 하는 대피시설이 낡고 비좁은 콘크리트 더미에 아무런 구호 물품도 없이 거미줄이 쳐질 정도로 방치된 곳이 대다수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비상대피소라는 게 버려진 움막에 불과하다. 최일선 대피소가 이처럼 땅굴만도 못한 허술한 시설관리였다. 경기도 내 접경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내년 9월까지 북부 접경 및 민통선지역에 겨우 24개의 비상대피시설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접경지역 비상대피소 시설 예산은 지방정부만의 부담이 아니다. 당연히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도는 현재 접경지역 대피시설 부족분 488곳의 설치를 위해 총 230억원에 달하는 국비보조금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65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것이다. 도비 27억원을 포함해 92억원의 예산을 마련, 내년에 24개 대피시설을 설치할 모양이다.

당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을 세우겠다고 떠들어 대는 정치권과 정부의 구태에 국민은 식상할 뿐이다. 접경선 마을 주민들은 민통선 너머에 있는 북한군의 도발을 우려해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연평도 포격 후에는 더더욱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잠을 설치기 일쑤다. 국지 도발이 발생하면 공격에 대비한 방어 대피시설만이 주민들을 보호하고 할 수 있다.

대피시설 확보와 함께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돼야 한다. 이번 민방위 대피훈련이 35년 만에 시행된 것이라고 하지만 대피시설 부족은 물론이요, 대피장소 숙지 부족, 시민들의 협조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당국은 이런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 유사시에 국민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사 대피시설이 있다 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우왕좌왕했다는 보도다. 위치와 안내 표지판, 비상등이 제대로 설치돼야 한다. 국민의 협조도 아주 부족하다. 비상시 위기관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

차제에 당국은 비상대피소 확충을 서둘고 민방공 대피 요령을 숙지토록 대국민 홍보에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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