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에 쌓인 눈치우기를 생활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지난 연말 수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이어 많은 눈이 내렸으나 제때 치우지 않는 바람에 골목길이 빙판으로 변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시내 중요 간선도로의 눈은 행정기관에서 제설작업을 했지만, 주택가 이면도로와 인도에는 미처 쓸지 않은 눈이 그대로 얼어붙기 일쑤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부끄럽다. 당연히 해야 하는 '공공의 책무'를 저버린 시민정신의 결여가 그렇다.

수원시의 경우만 해도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가 지난 2007년 제정돼 시행하고 있지만, 홍보부족과 시민의식 결여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전에는 눈이 오면 빗자루와 넉가래를 가지고 나와 내 집 앞은 물론 동네 골목길을 주민들이 함께 치웠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적 풍속이었다. 그랬던 우리 생활문화가 언제부턴가 눈치우는 시민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시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민 스스로 자신의 집 앞과 건물 주변 보도, 이면도로 등의 눈을 치우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도의 이면도로 및 보행자 전용도로의 제설 제빙에 필요한 작업도구를 비치해야 하고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건축물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지역 대부분의 인도와 이면도로는 지난주 내린 폭설 잔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혼자 넓은 주차장과 보도에 내린 눈을 쓸어내느라 애를 먹고 있지만, 입주자들은 나 몰라라 지나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행인들이 걷기 어려울 정도로 결빙 구간이 많다. 주택가 골목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들이 거의 빠짐없이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워 주택가 골목길도 평소처럼 차량이 원활하게 다니는 등 불편을 겪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주민들이 제설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무엇보다 '눈치우기 조례'가 실효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그러함에도 수원시는 '내 집 앞 눈치우기'가 '강 건너 불 보듯' 시 조례가 무색게 하고 있다. 조례 제정의 취지에 홍보가 부족한 탓이다. 귀찮다고 여기는 시민 의식은 더 부끄럽다.

기상이변에 따른 폭설이 앞으로도 잦을 전망이다. 조례 규정을 시민에게 알려 눈이 온 후 신속히 대처하도록 하고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는 시민 책임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내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과중한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이 50~100달러, 캐나다 토론토 105달러, 독일은 전역에서 500유로 이상을 물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은 500~1000위안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보행안전을 위한 공공의 책무라는 점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이 이면도로 등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으면 인근 건물 소유자 등에게 과태료 100만원을 물리도록 한 '자연재해대책법' 제정이 제기된 것이나 지자체 조례를 통한 시민정신의 법제화는 우리 사회의 격조 높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법규정과 관계없이 공공의 불편을 사전에 해소하려는 노력이 개개인 생활문화로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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