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일부 학교가 학생인권조례에 맞춰 학생생활인권규정(이하 생활규정)을 도교육청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선언 이후 교육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문화 선진화방안'에 따른 간접체벌 허용이 맞물려 일부 학교들이 혼선을 빚는 까닭이다.

교과부의 간접체벌 허용 방안은 늦은 감은 있으나 일선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안이 공포돼 학교 현장은 어수선하다. 이번 교과부안의 주요 내용은 학생지도에 대한 일선학교의 자율과 책임을 존중하고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해 학칙 준수 문화를 확립하며 학부모에게도 학생 지도책임을 분담시키도록 돼 있다. 신체나 도구를 사용한 직접체벌은 금지되지만, 일선학교가 학칙을 통해 간접체벌 방식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펴기와 같은 훈육·훈계 수준의 교육적 벌은 가능해진다. 출석정지 제도도 도입된다. 두발과 복장 등의 학생생활 규정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학교의 자율권도 확대된다. 어찌 보면 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는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도교육청이 초·중·고교에 인권조례를 반영한 생활규정을 개정토록 권고했지만 100여개 교가 따르지 않거나 개정한 학교 가운데도 인권조례 취지에 맞지 않는 조항을 넣었다. 교과부의 간접체벌 허용과 도교육청의 생활규정이 맞물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이유다.

물론 체벌과 관련해서는 찬반론이 맞선다. 체벌 찬성 입장에선 체벌을 그릇된 행동을 하는 학생을 통제하는 효율적 방법으로 여긴다. 반면 반대 입장은 벌을 주는 사람에게 증오심을 갖게 되고 벌을 피하려는 회피학습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체벌에 대해서는 시대적 가치에 따라 찬반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교과부가 이를 감안해 균형된 시각으로 의견을 수렴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분위기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은 대상학교에 대해 생활규정 컨설팅을 벌이기로 하고 개정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할 특단의 조치는 없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권 확립도 중요하다는 양면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용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교과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학교마다 학칙을 재정비해야 한다. 체벌금지를 추진해 온 일각의 반발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교과부가 학칙 제·개정 때 학생들의 의견 청취를 제도화한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도내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교사나 학부모 위원 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고 있다는 사례는 학교 선진화의 방안의 취지를 무색게 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교사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 예로부터 '천직'이라는 말로써 교사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심을 부여한 이유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짓밟히는 교권을 보면 이대로 방치될 상황이 아니다. 진정한 교육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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