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시대를 맞아 각종 민원이 해당 부서를 거치지 않은 채 단체장 쪽에 몰리는 억지행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 의정부시와 양주시청 등을 찾은 상당수 민원인이 걸핏하면 단체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어 시장비서실 등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들이 중재역할을 하느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일련의 민원사례가 의정부, 양주지역에서만 일이 아닐 것이다.

의정부시장 비서실은 최근 재개발사업에 관련해서 민원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민원인들은 대부분 시장과 담판을 짓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관계직원들의 업무에 큰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선 시의 청소와 음식물처리에 대한 불만은 물론, 심지어 주차위반 차량 스티커 발부에 항의하는 민원까지 시장실로 몰린다.

양주시장실도 민원인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실과 비서실에는 아파트 준공 하자 보수 문제 등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탈락된 노인이나 장애인을 비롯한 공공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잦다. 하루 평균 3~4건에 이른다. 때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협적으로 나올 때는 난감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원 내용이 이미 해당 부서가 규정상 해결될 수 없다고 종결된 억지성 민원이다. 단체장을 만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오해의 발로다.

교도소 출감자가 생계가 막막하다며 찾아오기도 하고 심지어 차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만취민원인들의 행패도 비일비재다. 자치단체는 시민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펴나가는 데는 이런저런 다양한 사연과 염치없는 민원을 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안무치한 민원으로 공무에 지장을 주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진정한 민주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일부 이익단체나 시민단체, 시민 등이 자기주장이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걸핏하면 극단적인 과격행동에 나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 공권력은 이상할 정도로 이들에게 관대하다. 그 결과 투쟁과 억지는 날로 과격해 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법을 지킬 때 존재한다. 민원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강구하는 것이다. 다만, 민원은 자치단체 관련 부서가 있다. 규정에 어긋나는 민원을 관철하겠다고 억지를 부리거나 단체장을 만나 해결이 안 될 민원도 생떼를 부리면 해결될 것으로 아는 시민의식의 결여가 문제다.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주장만 일삼는 이들은 덩치만 어른이고 의식은 미성숙된 소아병적이다. 그러나 시장실을 찾도록 민원이 제기되는 것은 지방행정 본연의 기능에도 문제가 있다. 일부 지자체가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 원칙과 소신 없이 일을 처리해 행정기능이 위축된데 원인이 있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반대에 부닥칠 때마다 두루뭉술한 상태에서 사태를 일시봉합하고 마는 무사안일주의는 없었는지 자성할 일이다.

집단이기나 억지민원이 제기되는 데에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탓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소신과 책임행정에 빈틈이 없었는지 되돌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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