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에게 흙탕물을 마시게 한 책임을 몇 개월째 수원시에 전가해 오던 경기도시공사가 아직도 사과를 미적거리고 있다. 공기업이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행적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고 개탄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흙탕물 사태는 도시공사 측이 광교택지개발지구 내 광역상수도 5단계 연결 송수관 이설공사 과정에서 신설관 내부에 축적됐던 토사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사고원인이 광역상수도 5단계 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지목됐지만, 도시공사 측은 줄기차게 무관하다는 억지 주장을 펴왔다.

흙탕물 사태 당시 시정 책임자인 시장은 어느 기관의 책임소재를 묻기에 앞서 시민의 피해에 대해 공개사과까지 했다. 2개월이 지나 흙탕물 사태의 원인규명이 밝혀진 것은 수원시가 2000여만원을 들여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우려했던 대로 도시공사 측이 상수도 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도시공사 측은 사고의 원인이 규명된 상태에서도 사건에 대한 형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니 그 무책임에 혀가 내둘린다. 그동안 책임을 전가하는 데만 혈안이 되더니 이제 와서 원인이 밝혀지고도 '그래서 어떡하라고' 식의 염치마저 없다. 도시공사 측은 엊그제 뒤늦게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수원시에 보낸 공문 외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공개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공문 내용도 역시 시에서 공개한 것만 보아도 공사 측이 흙탕물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속셈인 모양이다.

공기업이 공사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발생했다면 책임을 지고 마무리하고 공개사과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다. 수원시민의 흙탕물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도시공사가 시간 보내기로 꼬리를 감추려는 발상은 떳떳지 못하다.

단순히 "사고 원인인 광역상수도 5단계 이설공사로 인한 것이었다는데 책임감을 갖는다"며 “시민에 대한 배상액을 수원시와 협의를 거쳐 부담하겠다”는데 그친 도시공사의 태도는 설득력을 잃는다. 앞서 수원시가 수돗물 공급 단수 조치로 피해를 봤던 4만4000가구에 대한 수도료 3일치 감면액 5억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수현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200가구에 대한 피해보상금 1억원과 용역비 등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책임에 대한 공개사과다. 사건 발생 당시 '주객이 전도'되듯 수원시가 나서 공개사과를 했다. 그동안 근본적인 책임을 시가 덮어쓴 셈이다. 상대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원시가 전혀 책임없다고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원초적 책임은 도시공사 측에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발뺌을 해오고도 원인규명 이후에도 공개사과를 꺼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시민이 흙탕물을 마신 일련의 사태를 두고 책임 있는 공기업이 공개사과를 꾸물거린다면 시민을 우습게 아는 권위주의 행태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잘못이 없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하다 결국 망신살이 드러나고도 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후안무치다. 당부컨대 도시공사 측은 책임 있는 대시민 사과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시민들의 비난만 불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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