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올 명절은 유난히도 힘겨웠다. 구제역 한파에 폭등하는 물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이 고향 민심을 살피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연일 시끄러운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누구를 위한 싸움이고 분란인가. 지금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도무지 민심을 살피고 받들어 정국 현안에 반영하려는 자세가 보이질 않는다. 민심을 당리로 끌어들여 정파적 이익을 취하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가 설 연휴 중에 재래시장과 역, 터미널 등을 돌며 민심파악에 나섰다. 오는 4·27 재보선을 미니 총선으로 보고 각 당이 민심잡기에 전초전이 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설 연휴 이후 이들이 쏟아낼 민심 보따리엔 견강부회와 아전인수만 가득할 것이 명약관화다.

특히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에서 충청권 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와 관련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충청권 설치가 '백지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강력한 비난 속에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이곳에서 근무할 과학자들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자체와 정치권의 유치경쟁에 입지가 휘둘려선 안 된다. 국내 과학자도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마당에 과학벨트가 지방에 조성될 경우 외국의 유명 과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이 적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리 없는 논쟁은 허구일 뿐이다.

지금 우리는 구제역이라는 국가재난을 겪고 있다.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가축에게서 면역 항체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설 연휴 기간이 최대의 고비가 되고 있지만,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부디 민심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제대로 살피기 바란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연구개발(R&D)센터를 수도권에 설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고급인력 확보를 통한 E&D 효율성 제고는 물론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R&D센터 건립은 기업들의 오랜 숙원이다. 수도권은 R&D센터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을 위해 경기도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비 경기도인의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이 기관은 비 경기도인의 경기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서 비경기도인은 경기도의 발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고(86.5%), 주변국과 경쟁을 위해 경기도 및 수도권 경쟁력 강화가 필요(79%)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지역(63.6%)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이번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R&D센터를 건립이 수도권이 최적지라는 데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수도권의 용지부족에다 지방의 압력 등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기본계획조차 세우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여기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R&D센터와 과학벨트 유치의 당위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적지가 경기도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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