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중학생이 전라의 모습으로 졸업식 뒤풀이를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음란과 퇴폐, 폭력에 물든 기성세대의 잘못된 모습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옮아간 것 같아 우려스럽다. 올해부터 경찰이 강압적 졸업식 문화의 단절을 선포한 가운데 수원시내 첫 졸업식이 열린 그제 일부 학교에선 여전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개선할 문제로 보고 위법행위에 엄중히 대처키로 하는 한편 학교 및 NGO 등과 연계해 예방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졸업식 첫날부터 밀가루로 뒤범벅됐다. 경찰의 인력 부족 탓을 이유로 졸업식을 하는 학교에 일일이 예방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학교 졸업식에 대한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반면 고등학교에 대한 단속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주부터 각급 학교가 일제히 졸업식을 치른다.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졸업은 의미 있는 통과의례 중 하나다.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폭력·선정적 뒤풀이로 인해 졸업식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하고 급기야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이제는 아예 달갑잖은 행사로 전락했다. 숙연해야 할 자리가 소란스런 난장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비록 일부 청소년들의 일이지만 교복 찢기나 밀가루, 케첩 뿌리기, 계란 범벅 만들기도 모자라 옷 벗기기, 속옷 차림으로 질주하기, 강제로 바닷물에 빠트리기 등 선정적이고 위험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일에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왜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잘못된 일탈 행위에 물들어 '난장판 졸업식'을 벌이고 있는지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졸업을 억압과 규율로부터의 해방으로 잘못 인식하는 아이들 탓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둔 잘못도 크다. 심각한 것은 이런 잘못된 뒤풀이 문화가 갈수록 비뚤어진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이 올해 경찰인력을 동원해 집중 단속을 펼치고 주동자는 물론 단순 가담자까지 형사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졸업식 첫날 수원시에서는 뒤풀이 난장판이 여전하다는 보도이고 보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인권친화적인 졸업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스승과 제자가 함께 하는 축제, 교복 물려주기 나눔의 졸업식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뒤풀이가 예상되는 학교 주변이나 시내 중심가 등 취약 장소에 대해 졸업식 당일 밤까지 경찰과 합동순찰을 편다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졸업식 뒤풀이는 교육 당국과 경찰만의 힘으론 어렵다. 사회가 적극 나서서 계도하고 엄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처벌보다 계도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피해 학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평생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는 악질적인 소행까지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행동에 대해서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으면 법규범을 우습게 알게 된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졸업식 뒤풀이는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할 악습이다. 다른 수많은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