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대보름을 나흘 앞둔 13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일원에서 고색동 민속줄다리기 보존위원회가 주최한 코잡이 놀이 행사에서 3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코잡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날 정월대보름 맞이 행사에서는 지신밟기를 비롯한 당고사, 소원을 적어넣은 소원지 태우기도 함께 펼쳐졌다.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지신밟기, 코잡이, 두레패, 춤사위, 민요…’

지난 13일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풍년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보름 잔치가 열렸다.

고색동 큰말길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예창근 수원시 제1부시장, 김형복 권선구청장, 이기우 전 국회의원, 박장원 수원시의회 의원 및 관계공무원들을 비롯해 고색동 주민 300여명이 참석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즐기고 계승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김재명 고색동 민속줄다리기 보존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역문화로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온 줄다리기 행사를 통해 고색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애향심을 고취시켜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식전행사로 당고사, 풍물놀이, 축하한마당이 벌어졌다. 새마을부녀회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와 황구지천가꾸기 실천연대가 음식을 나르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주민들은 따뜻한 국수와 맛있게 만들어진 머릿고기, 떡, 전 등을 먹으며 한해의 안녕을 기원했다.

점심식사 후 흥겨운 풍물놀이와 민요부르기 행사 벌어졌다. 어르신들은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이후 본행사인 코잡이 놀이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각각 양쪽의 줄을 잡고 힘을 모아 잡아당겼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코잡이 행사에 참가해 줄을 잡고 기합을 넣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코잡이 놀이는 암줄과 숫줄이 서로 어우러지다 결합한 후 줄을 당기는 민속줄다리기 놀이로 숫줄은 결혼한 남자가, 암줄은 부녀자 및 청소년이 당기는 흥겨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행사다.

고색동 코잡이 행사는 1795년(정조 18년) 화성 축성 이후 양반 계층과 평민 계층인 농민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현재 수원시 향토 유적 제9호로 지정돼 있다.

이 놀이는 어른팔로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은 줄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예로부터 암줄의 여자편이 이겨야 농사가 풍년이고 마을에 행운이 찾아온다고 전해진다.

코잡이 행사가 끝나고 주민들이 적은 소망지를 태우는 행사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대부분 가족들의 건강을 빌었다.

아들이 며느리와 라오스에 가 있다는 양정섭(63) 어르신은 “자식들 얼굴 보고 싶지만 해외에 있어 자주 보기가 힘들다”며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조(12)군은 “이번 시험에서 올백을 맞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썼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장다운(17)양은 “가족들이 아프지 말고 올 한해도 뜻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소원을 담은 달집에 불을 붙이니 불이 활활 타올랐다. 주민들은 올 한해에도 풍년과 가족들의 건강을 염원하며 행사는 끝을 맺었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