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노인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실버존(노인보호구역) 지정 사업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내 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은 55곳에 불과하고, 올해에도 3억원의 예산을 들여 겨우 6곳을 지정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시대로 급속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인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이 너무 미온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

65세가 넘으면 순발력과 판단력 등이 젊었을 때에 비해 크게 떨어져 교통사고나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주의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OECD 국가 중 수위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사망자는 보행자 사고이고 특히 노인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국의 세심한 배려와 철저한 대책이 있어야 할 이유다.

실버존은 경로당, 노인복지회관뿐 아니라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등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들을 노인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해 노인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실버존은 어린이 보호구인 스쿨존과 마찬가지로 시속 30㎞로 속도가 제한되고, 주정차 및 통행이 금지돼 위반 시에는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노인들의 사고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난 2008년 도비와 시군비 총 60억원을 투입해 2012년까지 총 113곳의 실버존을 지정하기로 했지만, 시행 4년째인 현재 실버존은 55곳을 지정한 데 그치고 있다. 올해에도 성남과 군포 등 6개 지자체에서 6곳만을 지정하기로 해 당초 실버존 지정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일부 노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도내 고령인구 100만 시대를 맞아 다각적인 노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생명과 직결되는 노인교통사고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준다.

노인교통사고가 점증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실버존이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존을 설치했듯이 노인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구상한 것이 실버존이다.

경기도내 노인교통사고는 2007년 3311건, 2008년 3490건, 2009년 4681건, 지난해 상반기 1853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노인을 보호하는 대안은 실버존을 폭넓게 확대 설치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계획의 절반도 안 되는 초라한 실버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당국자들은 실버존 설치 부진 이유를 예산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가 설치비용의 50%를 스쿨존에 지원하지만 실버존엔 전무한 것도 잘못된 정책이다. 국비든 지방비든 이런 데 예산을 아껴서는 안 된다.

현재 경기도내에는 노인주거복지시설 말고도 경로당만 8500여개나 있다. 딱히 소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은 경로당 출입이 일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늘상 교통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실버존 설치에 예산부족을 탓하는 것은 사안의 전후와 완급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련의 경직된 행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제 경기도는 각 시군에 설치지점을 선정, 우선사업으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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