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0년 후 유망 직업이 무엇인가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마당에 ‘유망직업’이란 말은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할 단어임은 틀림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바로는, 10년 후 전망이 좋은 직업군으로 간호사, 생명과학 연구원, 간병인,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다음 직업군으로는 자동조립라인 및 산업용로봇조작원, 광고 및 홍보 전문가, 피부미용 및 체형관리사 등이었다. 한편, 10년 후 전망이 좋지 않은 직업으로 대표적인 것은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가 가장 상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우편물 집배원, 중고등학교 교사 등의 순서였다.

10년 후 유망 직업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사실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예측하는 것은 우리의 직업관을 나타내주고 있어,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특히 10년 후 전망이 좋지 않은 직업 중 하나가 대학교수라는 점은 어쩐지 찜찜하다. 강단에 서고 있는 필자로서도 교수라는 직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바였지만, 막상 이런 결과를 접하고 보니, 다소 착잡하다.

아울러 좋지 않은 직업군에 대학교수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교사가 포함된 점을 보니, 미래사회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한때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은 안정된 직장으로 인기가 높았으며, 대학교수는 신랑감으로 선호되기도 했다. 격세지감이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아마도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적은 급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강의 외에 번잡한 잡무가 그 원인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특히 대학교수의 경우,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그 와중에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격무(?)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점이 하나의 원인 아닌가도 생각한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승진 시에 일정량의 연구논문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승진은커녕 대학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 승진이 됐다 하더라도 대학이 전체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논문을 요구한다. 강의 부담은 여전하다. 서울이나 지방의 큰 대학을 제외하고는 교수가 연구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강의하기가 바쁘다. 거기에 승진 시 봉사 점수, 학생지도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뛰어야 한다.
 
대학교수가 이러 한데, 아직도 여전히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에서는 각 대학의 교수확보율을 60% 이상으로 정해 놓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정원감축 등의 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지방대학이나 군소 대학은 다양한 편법이 동원된다.

‘비정년 교수’, ‘강의전담교수’, ‘계약제 교수’ 등 정규 대학교수가 아닌 비정규직 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은 낮은 연봉에 전임교수와 동일하게 강의를 해야 하고, 연구논문도 동일하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인재가 누가 교수가 되려 하겠는가?

그럼에도, 고학력 실업자들은 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간강사 월급이 기름 값도 안 되는 처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고급인력은 넘쳐나고 군소대학은 정부의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각종 편법이 난무하는 현실이 됐다. 이 정도면, 10년 후 가장 전망이 좋지 않은 직업군 중 하나로 대학교수가 나타날 법도 하다.

정부의 정책과 열악한 대학 재정환경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우리 대학 교육의 질을 낮추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말한다. 인재 양성이야말로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나라일수록 더욱더 중요하다. 인간은 미래사회의 핵심적인 자원이기에 대학교육을 전담하는 교수에 대한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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