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교육비 규모가 전년보다 사상 처음 감소했지만, 경기도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건 김상곤 교육감의 공교육 구호가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다. 여기에다 경기지역의 학생 1인당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경기도가 '사교육 일번지'임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청조사를 토대로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지난해 20조9000억원으로 전년의 21조6000억원에 비해 3.5% 줄었다고 발표했다. 사교육비 규모가 감소세를 것은 2001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시·도별로는 서울(32만1000원)과 경기도(27만1000원), 대구(25만원) 등 3개 시·도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24만원)보다 높았다.

문제는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서울(-3%), 대구(-0.4%)의 사교육 하락세를 보였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1인당 사교육비가 전년(26만9000원)보다 0.7%나 상승한 것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교육의 폐해를 망국병으로 공교육을 주창해 왔다. 그런 경기교육 방향에도 전국 유일하게 '사교육비 증가'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경기도의 사교육비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경기지역 학부모들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지 짐작게 한다.

교과부는 그동안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심야 과외교습 금지 등 각종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수강료 초과징수, 교습시간 및 신고의무 위반 행위를 신호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학파라치' 제도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교과부 등 교육 당국의 사교육 억제책은 엄포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교과부가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감소세'를 보인 것이 1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망국병이라 불릴 정도로 만연한 사교육으로 학부모들의 허리가 휠 지경인데 사교육비가 줄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사교육비 감소분 7541억원의 78%는 학생 수가 21만명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실질적 감소분은 165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만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경기도는 그 측에도 끼지 못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같은 해 2월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사교육비 실태를 전면 점검해 연말까지 학교별 사교육비를 학년 초 대비 20% 이상 줄이겠다며 방과후학교 지원 등 호언장담한 결과가 이 모양이다. 경기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는 역으로 경기 공교육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학원에 대한 물리적인 규제만으로 사교육을 줄이기 어렵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결구 공교육 부실 탓이다. 교사의 질을 높이지 않고는 학교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신도시 개발로 학생 수가 증가한 데다 용이, 성남 분당, 안양 평촌, 고양 일산 등 사교육성행지역의 영향이 크다"는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한마디로 책임회피성이다. 공교육을 지향하는데 행정의 무능 탓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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