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팔당호가 인근 구제역 매몰지의 수질 오염으로 '2차 환경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가축의 매몰지역에 대한 수질관리에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도는 도내 전체 매몰지 2017곳 가운데 수질 오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팔당특별대책 지역 내 137개 구제역 매몰지와 하천에 인접한 149개 취약지역 매몰지를 집중 관리대상으로 정하고, 2주에 한 번씩 매몰지 내에 생성한 침출수를 직접 뽑아 폐수처리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약 17%가 하천 인근이나 팔당상수원권역 또는 급경사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매몰지가 돼서는 안 될 곳에 가축을 대량으로 묻은 것이다. 게다가 47%는 지반침하, 56%는 배수로 저류조 부실, 45%는 침출수 유공관 부실로 시설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라고 한 곳마다 부실투성이다. 매몰지침이 제대로 지켜지기는커녕 얼마나 엉터리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경기도가 매몰지 주변에서 831건의 시료를 채취해 수질을 검사한 결과 27.4%가 식수 부적합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수질오염이 이미 확산 진행 중인 것으로 우려하는 바가 크다.

상황이 이쯤 되자 경기도 관계자는 "팔당상수원의 오염을 우려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매몰지 내 침술수 생성 속도를 감안해 2주에 한 번씩 뽑는 것이며, 환경전문 관리업체가 286개 매몰지의 침출수를 직접 뽑아 수질오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도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인 여주, 양평, 이천지역 매몰지 6곳의 침출수를 국립수의과학연구원에 검사 의뢰한 결과 모두 바이러스가 없는 '음성'으로 나옴에 따라 먼저 이곳부터 침출수를 추출하기로 했다.

정부도 급기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매몰지 주변에 정보기술(IT) 관측정을 세워 침출수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을 자동감시하고 필요한 곳에는 차수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민관합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앞으로 3년간 매몰지 관리에 들어간다고 한다.

구제역이 확산될 때부터 2차 환경재앙 우려가 이미 제기됐다. 그럼에도, 부실 매몰이 이뤄졌으니 부실한 대처가 화를 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체 환경재앙이 우려된다"며 남의 일 얘기하듯 했던 환경부장관이 "우려 대상은 전체 매몰지의 3%에 불과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식이라면 구제역 2차오염 대책을 제아무리 내놓아도 국민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와중에 경기도가 구제역 매몰지 오염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우려를 다소 씻게 한다. 현재 17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갖춘 경기도는 1일 2580톤의 폐수처리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시설로도 처리가 어려우면 분뇨처리시설 35개소와 공공하수처리시설 292곳도 활용할 계획이다.

날이 따듯해지면 침출수 등에 따른 오염 피해는 확산될 게 뻔하다. 경기도는 수도권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모든 매몰지에 대한 오염 가능성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침출수 유출은 전 국토를 오염시킬 수 있는 만큼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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