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으로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은 실현되기 어려운 장밋빛 청사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를 유혹한다. 당선되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데다 유권자들도 공약의 실현 여부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심공약이 남발되고 정책검증은 아예 생각도 못한다.

이 같은 실상은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공통된 사안이다. 민선 5기 수원시도 염태영 시장의 '시민약속'이 재정난에 가로막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시민약속 사업 등 3대 분야 10대 전략사업 예산은 줄잡아 1조5000억원으로 체험관 등 시 자체 예산사업뿐 아니라 국도비 확보에 성사 여부가 달려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등에서 재원확보가 막막하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수원시의 재정 여력이 있는지, 시 우선사업에 맞는지 정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시민약속'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00년 평균 59.4%에서 2009년 53.6%로 악화됐다. 재정자립도가 60%인 수원시는 전국 평균치보다 다소 높은 편이라고 하지만 공약사업 '잔치'를 방만하게 벌이다가 도시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재정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체예산으로 추진되는 IT디지털체험관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한 수원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추진하는 수원시의 전략사업이다. 그러나 234억원이 소요되는 건립비 예산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사업비 절감을 위해 화성홍보관 부근 사유지에 건립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성 확보를 위한 특별회계 회계 방안이 시급하지만, 핵심사업인 '수원화성 르네상스' 조성이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빚고 있다. 화성행군 2단계 복원에 필요한 132억원의 보상비 추가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는 현재 25곳 260만여㎡에 이르는 지역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의 주택을 헐고 3만5800여세대의 공동주택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염태영 시장은 환경수도 조성을 위해 탄소저감목표제, 노면전차 도입 등 크고 작은 사업을 줄줄이 벌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아토피치유센터 건립(150억원), 녹색회랑 조성(105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589억원) 등의 성사 자체를 좌우하는 국도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밖에도 시민 안전 밤길 조성을 위해 CCTV(42억원) 확대와 SOS포스트 설치(42억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전선 지중화사업 등의 수요는 큰 반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재정상황을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에서 큰 사업이나 시기상 적절하지 않은 사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 유난히 많았던 복지와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지자체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염 시장의 의욕적인 시정 추진 능력을 모른 바 아니다.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해야 한다. 공약을 내걸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잘못됐거나 부실한 공약이 있다면 과감하게 공개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 한다. 소통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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