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정치자금 기부를 금한 법인 또는 단체의 '쪼개기 후원금' 의혹에 휩싸여 들고 있다. 여권 차기주자 중의 한 사람인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지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지사 후원회에 '단체 쪼개기 후원금'이 들어간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 택시회사가 이 회사 직원들 명의로 1억2000만원을, 또 경기도 산하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들이 직급별로 액수를 소액으로 쪼개 모두 6000만원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단서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 혹은 수사의뢰했다. 검찰의 수사초점은 김 지사가 관련 재단·회사와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김 지사는 엊그제 모 방송 인터뷰에서 "전혀 몰랐던 일이다. 과거에도 문제 된 적이 많다"며 즉각 부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경기도선관위는 택시회사의 쪼개기 후원이 회사 사장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시기 경기신보가 직급별로 입금된 후원금 액수가 다른 정황으로 미뤄 재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직원들에게 후원을 독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신보 측은 "직원들이 알아서 낸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의 부인으로 향후 검찰수사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여권 차기 주자라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이 사태추이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익 단체 회원들이 후원회에 자발적으로 소액 후원금을 주는 것은 합법이다. 하지만, 단체 집행부가 자금을 모은 뒤 회원들 명의로 나눠 후원하는 것은 법인과 단체의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에 어긋난다.

이번 김 지사 후원회에 입금된 쪼개기 후원금 의혹은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과 흡사한 얼개다. 청목회 사건은 검찰 인지·내사를 거쳐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비리 혐의이고, 김 지사의 경우는 선관위 고발·수사의뢰에 따른 광역단체장 비리 의혹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정계 중진인사의 청렴도를 평가할 때 단연 상위에 꼽히는 김문수 지사다. 이는 김 지사가 중앙 정계에 몸담았을 때 동료 국회의원 자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김 지사가 지닌 평소 정치 철학의 소중한 신념이었다. 그런 그가 6·2 지방선거 후 7개월이 지난 지금 후원금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 선상에 오를 판이다.

검찰은 경기신보에서 압수한 서류와 하드디스크 분석 자료를 진행 중이며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컴퓨터를 사용했던 관련 직원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합법적 후원과 불법적 후원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후원받는 자의 편의만 도모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단체나 법인의 소속회원 또는 직원 다수가 특정인에게 소액후원금을 냈을 경우 그 사실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부터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제 김 지사는 사필귀정의 자세로 사건 혐의에 대해 도민에게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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