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 꽃인데 어버이날 드릴 꽃을 만들고 있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어버이날 아주 먼 곳에 있는 아이 한테서 받은 이메일을 읽고 있는 엄마 목소리에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21일 오후 1시 이천 비전빌리지 잔디 넓은 마당에서 전국 최초로 300여명의 국내 입양가족 나들이가 열렸다.

   
▲ 수원 경희대앞에서 ‘경희 복음교회’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호(39) 박현숙(37)부부역시 공개입양을 통해 두 천사를 만났다. 사진은 큰아이 은빈(4)과 함께.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는게 맞는 말일까.

어림 잡아봐도 이제 갓 태어난 몇일박이에서 10개월 혹은 20개월, 또 서너 너댓살은 되어 보이는 하늘아래 다시 없는 천사들이 꼬물꼬물 잔디 위에 몸짓, 발짓이 예쁘기만 한 오늘.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회(회장 김도영)가 국내입양가족을 초청, 처음으로 벌인 이날 입양가족 나들이에는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자신의 입양아 수민(2)이를 안고 참석해 입양체험담을 소개하면서 더욱 눈시울을 적셨다.

"내가 이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을만큼 아이에게 가는 사랑의 힘이 너무나 큽니다."

윤씨는 앞의 엄마가 입양후 겪은 아이와의 갈등을 잔잔히 지켜보다 자신의 입양경험을 털어놓았다.

"풀한 포기 나무한그루조차 사람이 거두는대로 아름답게 커가는데 나이가 많아 엄마자격조차 없을지 모르는 내가 생명을 포기한 이웃에게 힘이 되고 나눌수 있는 삶이 되고 싶어 입양을 선택했다"는 배우 윤석화씨의 얘기는 참석한 사람들의 눈가에서 끝내는 눈물을 흘러내리게 하고야 말았다. 

"티없이 맑은 영혼을 들여다보며 이 세상에 버려지는 생명이 없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 밝힌 배우 윤씨는 "배로 낳지않았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위해 부모로써 소중한 생명을 빛나게 할 것"이라며 자신의 입양경험을 다부지게 전했다.

이날 동방사회복지회가 국내입양부모들을 초청 최초로 열린 입양가정나들이는 눈부신 초여름 햇살아래 눈부시게 빛났다.

150여명의 공개입양아들은 동방이 투입한 자원봉사자들의 보호아래 모처럼 한낯의 휴식을 취하고 국내입양 양부모들은 동방이 마련한 특별입양가족 소개를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 두 아이를 모두 공개입양한 용인 수지 은비, 금비엄마 엄양순씨가 입양부모나들이에 참석,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1년에 500여명의 아이들이 국내에 입양된다. 80년대만해도 비밀, 개인입양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몇 년간 공개입양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김도영(68)회장은 "오늘 참석한 가정중 17곳이 공개입양가정이고 이들이 입양한 아이들도 19명에 이른다"며 "언제든 입양된 아이와 양부모들이 친부모를 찾을때 만날 수 있도록 DB작업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국내입양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지난 84년부터 4만여명의 입양아를 주선했지만 국내입양은 1만여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아동복지설연합회 심양금 회장은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90여명의 입양이 이뤄졌다"며 "연평균 600여명이 입양상담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아이 위해 공개입양 적극 알려"

인터뷰/용인 수지 은비,금비엄마 엄양순 씨

"은비는 14개월, 금비는 이제 생후 1개월이 지났다. 둘다 여자아이이다. 우리는 물론 공개입양했다."

용인 수지읍에 살고있는 두 입양아의 엄마 엄양순(44)씨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공개입양은 결코 부끄럽지 않으며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위해 친부모의 자료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내입양전문기관 동방사회복지회에 따르면 1년에 약 500여명의 아이들이 국내입양되지만 지금까지 4만여명의 입양아들중 국내입양은 전체적으로 1만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엄씨는 "내가 낳아도 저렇게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을수 있을까 싶다"며 "지금도 내 목숨하고 바꿀수 있는데 내가 낳은 아이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길을 가다가도 내아이가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공개입양한 사실을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은빈, 혜빈 7년결혼생활의 축복"

인터뷰/수원 경희대앞 이수호 목사 부부의 입양기쁨

"은빈이는 네 살. 혜빈이는 이제 5개월됐다. 부모님들 반대로 힘들었지만 우리부부는 두 아이가 결혼 7년만에 하느님이 주신 축복이라 생각한다."

수원 경희대앞에서 '경희 복음교회'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호(39) 박현숙(37)부부역시 공개입양을 통해 두 천사를 만났다.

이 목사 부부는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우리부부는 입양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며 "둘째아이를 입양할 땐 생모에 대해 너무 알고 싶었지만 입양절차상 아직까지는 정보가 공개안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입양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역시 바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며 "내가 준비되지 않으면 (입양후에도)내가 먼저 상처받는 만큼 부모가 가치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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