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열심히 하죠. 춤은 단지 취미생활인데 이 때문에 학업에 영향을 받진 않아요. 무엇이든지 열심히해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효선이에게는 29일 장안구에서 마련한 청소년의 달 한마당축제가 부모님으로부터 허락받은 공식적인(?) 취미활동의 장이었다.

   
▲ 장안구 청소년 어울마당에 참가한 유효선(16.이목중)양. 유 양은 "스트레스를 춤으로 풀어요. 평소 갈고 닦은 실력 발휘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현재 수원 이목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효선(16.여)이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댄스그룹 HOT에 흠뻑 빠지면서 그들이 추는 춤을 따라하고, 마음 껏 몸을 흔들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유일한 취미활동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시작한 코스프레는 부모님께도 비밀로 하고, 매주 주말이면 서울 신림동까지 원정(?)을 떠나 4명의 친구들과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곤 한다.

대중가수들의 춤을 따라하는 코스프레는 일주일간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해방구다.

아직 부모님께는 코스프레 활동을 말쓸드리지 못했지만 부모님은 학교 축제나 지역에서 마련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허락한다.

아니 이제는 댄스 대회에 나갈때면 응원도 벌일 정도가 됐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등수가 전교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는데, 지금은 아녜요. 그래서 부모님이 춤 추는 것을 반대 하죠. 하지만 부모님도 이런 행사는 이해해주더라고요."

이날 효선이가 장안구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2004 청소년 어울마당'에 참가한다는 것을 안 엄마는 효선이에게 전화를 걸어 "행사장에 못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열심히 해서 상장도 타오라고 다독거리기까지 했다.

   
▲ 이날 행사장에는 300여명의 청소년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댄스부문과 가요부문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22개 팀 중 17번째로 등장하는 효선이는 초조하기만 했다.

참가팀이 10번대로 넘어가자 초조함을 이기지 못한 효선이는 벌써부터 무대 뒤에 자리를 잡고, 평소 갈고 닦았던 춤 실력을 재점검하기 시작했다.

행사장까지 응원 나온 효선이네 학교 이진아(과학담당) 선생님은 효선이의 선전을 기대하며 '화이팅'을 외쳐준다.

애초에 이 선생님의 추천으로 행사에 참가하게 된 효선이는 선생님의 응원소리에 힘을 내 한껏 연습에 몰두한다.

"아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사의 도리죠. 교사라고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이런 기회를 활용토록 하는 것도 좋은 교육 아닐까요."

선생님의 응원소리에 어깨가 으쓱해진 효선이는 연습하다 삐끗한 허리를 손으로 감싸안고, 목과 팔이 따로 놀새라 흐트러지는 몸 동작을 가다듬는다.

이날 대회를 위해 보라색 콘택트렌즈도 끼고, 입술 밑에는 피어싱으로 장식까지 한 채 한 껏 멋을 낸 효선이.

   
▲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일초등학교 뮤직스타 팀.
드디어 효선이 차례가 돌아오고...

사회자 권유에 맛 배기 춤으로 몸을 푼 효선이는 'One night lover'라는 곡에 맞춰 목부터 손가락까지 이어지는 웨이브를 구사, 3분여 동안 계속된 공연을 마친뒤 무대 뒤로 뛰어 나왔다.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손으로 쓱 닦고난 효선이는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 있겠죠. 입상하면 좋겠어요"라면서 애띈 미소를 짓는다.

차례를 끝내고도 1시간여동안 행사는 계속 이어지고, 다른 팀들의 월등한 실력에 바짝 긴장한 효선이는 관람석 뒤편에 있다가 어느새 무대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 경쟁팀들의 실력을 나름대로 평가한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행사가 어느새 오후 6시를 넘어서면서 효선이의 표정은 굳기 시작했다. 긴장감은 더욱 더해가고...

   
▲ 준비했던 댄스를 선보이는 효선이.
드디어 각 부문별로 최우수, 우수, 장려 등 3개의 상장이 수여되고, 특별상으로 3개팀이 시상되는 심사 팔표가 시작되면서 효선이는 두손을 양쪽에 있던 친구들의 손에 맡긴채 눈을 지긋이 감았다.

특별상부터 시작된 시상 순서는 왜 이렇게 더딘지, 효선이의 콩닥거리는 가슴은 점점 요동 쳐 갔다.

가요부문까지 시상이 끝나고, 댄스부문 차례.

장려상과 우수상 발표에 이어 마지막 남은 최우수상 발표를 앞두고 사회자가 뜸을 드리자 기대반 짜증반으로 반색이된 효선이는 그래도 무대 사회자의 입모양에 집중한다.

"장안구 2004 청소년 어울마당 댄스부문 최우수상...두근 두근 계명고등학교 T.P.S!!!"

   
▲ 이날 한 참가 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 발표까지 끝나자 효선이는 얼굴이 상기되면서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많이 기대했었는데..."라며 말을 끝내 잇지 못한 효선이는 최우수 수상팀의 앵콜 공연도 뒤로 한 채 "집에 갈래요"라는 말만 남겨 놓고 행사장을 나섰다.

행사내내 자식벌되는 청소년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흐믓한 표정을 잃지 않았던 이윤택 장안구청장은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다 보니 나름대로 열심히 한 팀도 낙방의 아픔을 겪게 됐는데, 앞으로는 수상자를 대폭 늘려 모두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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