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가 아는 교회동료 중 직장에 다니는 임산부인 A는 요즘 근심이 많다.

출산휴가 기간 중 인사고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안보이면 멀어진다’라고 했던가 인사고가를 할 때 아무래도 눈 앞에 있는 직원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실제 출산휴가 기간 중 제일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도 있다.

물론, 출산휴가라는 것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다수의 비정규직 임산부들은 많은 걱정을 가지고 출산휴가에 들어간다.

앞으로 태어나 축복만을 받아야 할 아기앞에서 엄마는 환하게 웃고 있을 수 만은 없는 것이 지금 비정규직 임산부들의 현실이다.

1994년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그때는 그 직장에서 평생을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사의 인사고가는 그져 나의 진급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 뿐 내가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사의 평가는 그 시절 그때의 평가와는 너무나 다르다. 점수를 주는 상사의 입장도 부담스럽고, 점수를 받는 부하직원의 입장은 더욱 애절하다.

최근 직장동료 B는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

그는 계약서 봉투를 받고 “이거 계약서가 너무 얇은데, 나 계약 해지된 거 아니야?”하며 농담을 했다. 봉투를 개봉한 그의 얼굴이 굳어지고, 붉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그가 해지통보를 받은 것이다.

해지통보를 받은 그가 제일 심란하겠으나, 나 또한 몇일동안 심란했다.

언젠가 나도 회사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고, 거기에 대해 어떠한 반론도 제기할 수 없이 무능력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모습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불쌍해 보였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현황과 원인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는 노동계의 통계로 56%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공사의 경우에도 1천2백여명의 직원 중 비정규직원이 60%를 넘는다.

현재 단순한 업무가 주종을 이루던 기업의 계약직 채용이 전문직이나 일반사무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정규직 채용분야에 (전문)계약직을 채우고, 계약직에 맡기던 일은 대우가 휠씬 떨어지는 임시직이나 파견직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을 중심으로 계약직 채용이 확대되는 것은 인건비 절감 필요성과 경기 부침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별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 유통, 건설 업종에서는 계약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아웃소싱, 파견근로의 확대도 정규직 공채 수요를 갉아먹으면서 대기업 고용조건의 하향화를 불러 오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노동계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정규직과 비교하여 급여가 낮으며, 주택마련 대출 등 정규직이 누리는 복리후생제도도 남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언제 계약해지를 통보받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광주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C는 지난해 11월 산전.산후 휴가(90일)를 신청했다가 해고당했다.

그는 여성단체에 전화를 걸어 상담한 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며 노동청에 부당해고 신청을 냈으나, 학원 쪽은 사업주를 변경해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가와 더불어 또 다른 문제점의 발생은 이처럼 여성으로 인한 성차별적 부당행위와 해고가 일삼는 행위가 가중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비정규직으로서 인한 차별적 행위와 여성으로서의 차별적 행위가 여성의 사회진출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차별적 행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모성보호(母性保護)관련 법을 근로기분법에 명시하고 있다.

여성은 임신, 출산, 보육이라는 특유의 모성기능이 있으며, 거기에 부수되는 생리적 특질을 지니고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여성 자신의 기본적 권리이고, 동시에 태어나는 아이의 인간존엄에 부하되는 생존유지를 위한 기본적 조건이기도 하므로 모성보호조치의 필요불가결성에 대해서 널리 인정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근로기준법에 적용이 실용적으로 행하여 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할 수 있다.

2004년 3월 7일에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여성대회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애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전국에서 1500 여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모성모호 관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바뀐 게 없다고 항변했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나의 권리 행사이다.

모성보호 관련법에 대한 홍보와 함께 임신, 출신, 육아를 이유로 한 성차별적 해고 근절 및 법 위반 사업장 특별행정감독 강화와 더불어 비정규직 모성보호 차별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의 사항이 널리 알려지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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