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한 해 아쉽고 버거웠던 모든 것들을 보내고 새로운 임진년을 준비하는 세모(歲暮)다. 한 해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는 데에서 ‘현재’가 풍성해지고, 유산을 가꾸는 데에서 ‘미래’가 열린다. 수원·화성·오산은 역사적 유산을 품고 있는 소중한 도시다. 

세 도시의 예술인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예술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시켰다. 현대예술의 주도적 흐름을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하다. 세 도시의 옛 지명인 ‘매홀’이란 이름으로 예술마당을 펼쳤기 때문이다. 매홀미술제를 비롯하여 매홀음악제, 연합시화전, 수화산예술제 등의 명칭으로 진행되었다. 

미술인들이 먼저 ‘미술, 매홀로 통(通)하다’는 주제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캔버스의 틀 안에만 머물 수 없는 게 현대미술의 흐름이다. 미술은 호흡이 긴 예술이기에 그렇다. 이어 음악인들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오랫동안 음악인으로 살아오면서 그간 쌓아온 ‘음악의 다양한 깊이’를 담담히 풀어놓는 무대를 마련했다. 음악은 원기(元氣)를 북돋우는 일종의 언어다. 음악을 듣고 받은 감동은 고단한 일상을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하였을 것이다.

그다음 이어진 문학인들의 시화전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운반수단이 되었다. 시는 인간의 실생활과 무관한 시인들의 언어 희나 몽환제(夢幻劑)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과 꿈이 시와 떠나서는 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말에다 생명을 부어 소생시키고 그 기능을 확대시킨다.

장르별 전시와 공연에 이어 ‘도시빛깔, 예술인이 만든다’는 콘셉트(concept)로 세 도시의 미술, 사진, 시화를 묶어 ‘수화산예술작품전’이 처음으로 순회전시를 했다. 종합전시회 성격의 자리다. 수원가정여성회관 휴먼갤러리를 시작으로 오산 중앙도서관, 화성 유앤아이화성아트홀에서 지난 21일 성황리에 끝마쳤다. 사진장르는 이때 참여했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기동성과 찬스 포착력으로 사진만의 표현력을 찾아 작품을 완성한다.

컵에 물이 차면 흘러내림을 보이듯이 세 도시 예술인들의 교류전이 햇수를 더해 가면 이 지역 예술과 문화발전에 큰 도움이 될 듯싶다. 시대 흐름에 걸맞게 예술의 향취가 넘쳐나는데 산파역을 한 예술인들에게 찬사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예술과 문화의 공유는 인생의 구명보트와 같다. 특히 예술의 향유는 인간을 괴롭히는 화(禍)를 조절해주는 소중한 산소탱크다. 이번 전시와 공연은 세 도시 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욕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요즘 나라 안팎의 경제가 어려운 때다. 시민들은 팍팍한 생활 속에 작은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예술은 통용 화폐처럼 경계가 없이 어느 곳이고 넘나든다. 국경까지 초월한다. 예술이 그렇다.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가장 흡인력을 가진 의미체(意味体)다. 우리의 감정기관을 움직이고 제압하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힘이요, 어울림이다. 창의력이 넘치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감상자의 생각도 점차 창의력으로 바뀌게 된다. 수원·화성·오산 세 도시 예술인들의 어울림은 불꽃처럼 번져 도시빛깔을 아름답게 바꿔 가리라 기대한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고뇌의 산물이다. 고심하여 만든 작품 속에 작가의 사상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다. 작품가치는 감동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 감동과 환희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갈 필요가 있다. 세 도시 예술인들이 교류를 지속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예술은 근원적으로 뿌리는 같지만 드러나는 양상이 다르게 마련이다. 세 도시 간 교류마당을 통해 ‘예술’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공명(共鳴)하는 자리로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창작세계의 텃밭을 넓혀, 도시빛깔을 예술인들이 만들어 가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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