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지난 일요일, 봄 같지 않게 바람이 거세게 불고 눈발마저 간간이 날리는 가운데 ‘정조대왕 어가행렬 재연’ 및 ‘2012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공연이 행궁광장에서 다채롭게 펼쳐졌다.  연무대에서 행궁광장으로 퍼레이드를 펼치며 입장하는 오방기를 앞세운 정조대왕 어가행렬은 장관이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실린 내용의 재연이기에 그렇다. ‘반가운 사람, 함께 즐기다.’가 슬로건이다. 정조실록에서 따온 ‘호호부실(戶戶富實) 인인화락(人人和樂)’ 즉 집집마다 부유해지고 사람과 사람들이 화목하고 즐거워하라는 위민군주 정조대왕의 이상을 현세에 구현하자는 뜻이 깔려 있다.

염태영 시장의 개막인사로 겨우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수원예술문화의 빗장이 활짝 열렸다. 오감(五感)을 체험할 수 있는 싱그러운 공연들이 어우러져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훌륭한 포도주는 간판이 필요 없고 튤립의 아름다움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말처럼 행궁 상설한마당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이다. 이제껏 없던 어가행렬의 안전을 미리 살피는 ‘척후재연’과 아리랑을 주제로 한 행위예술의 일종인 플래시 몹(Flash Mob)도 선보이는 등 프로그램을 다각화했다. 

올 한해에도 행궁광장에 수원예술문화가 본격적인 물레질을 하여 관람객들이 흠뻑 빠져들게 하여 이들의 기대치를 높여 가야 한다. 볼거리가 다양할수록 관람객은 지루해하지 않고 끌린다. 장용영수위의식, 무예24기 공연 등 고유 문화상품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그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할 필요도 있다. 그들의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공연 내용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진화가 중단된 전통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

전통이란 부단히 진화되어 온 현재의 모습과 연결될 때 생명력이 있다. 과거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늘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 전통은 순간순간 만들어져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용영 군사의 무예24기 실연을 7년여 동안 보아 왔다는 한 시민은 ‘이젠 좀 색다르게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한다. 예술문화도 보수적인 구석이 많다. 격을 깨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관람하는 이들은 독특하고 새로운 것, 실험적인 것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원시민이 먼저 즐겨야 수원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이 사랑한다. 시민이 즐기지 않는 문화는 세계화될 수 없기에 그렇다. 자신이 속한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자존심도 정체성도 잃고 만다. 시민이 감동하고 사랑하지 않는데 관광객들이 알아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시민들이 가족과 이웃이 함께 자주 찾는 상설한마당이 되길 바란다.

문화와 예술이 도시를 바꾼다.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 들지는 몰라도 예술과 문화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문화가 삶의 방식이고 예술은 그것의 표현 양식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문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다. 21세기 예술문화의 두드러진 점은 ‘타자(他者)와 함께하기’다. 나와 다른 커뮤니티, 나와 다른 백그라운드의 타자들과 교류하기다. 이젠 동종교배가 아닌 이종교배가 필수다. 디자이너, 인문학자, 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서로 다른 타자들이 소통이 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분배해 놓은 예술과 학문 간의 경계를 극복하고 다원성을 되찾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상설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상설한마당’은 수원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수원의 문화와 예술의 새 물결’을 만드는 첫 단추다. 가는 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걷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목표와 의지를 갖고 꾸준히 걷는 사람 뒤에 그 뜻을 이해하고 따라오는 시민들이 있을 때 비로소 길이 만들어진다. 이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수원시가 품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설한마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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