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우리문화편지]

40억 원을 들여 빌라 두 동을 헐어내고 살린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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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늠름하게 뻗은 가지 사이로 푸른 구름이 흘러갑니다. 천 년의 세월을 말없이 지켜온 이 은행나무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546번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서울시 보호수 1호로 지정되어 도봉구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요. 은행나무 앞에는 조선 제10대 임금이었던 연산군 무덤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아들을 점지해주는 용한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절박한 마음으로 어스름 새벽에 은행나무 밑에서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며 빌던 아낙의 꿈속에 곤룡포를 입고 금관을 쓴 임금이 나타나 아들을 낳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 뒤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전통사회에서 신목(神木)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잘 나타내주는 이야기로 요즈음도 정월대보름이면 해마다 경로잔치 겸 나무에 대한 제사를 올린다고 합니다.

나무 나이는 800세에서 1,000세 전후로 짐작되며, 높이 24m, 가슴높이의 둘레 9.9m로 주변의 고층 아파트 키와 맞먹는 크기로 예부터 나라에 큰 변이 있을 때마다 이 나무에 불이 났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기 한 해 전에도 나무에 불이 나서 소방차가 불을 끈 적이 있다고 전합니다.

그간 건강하던 은행나무는 1990년대부터 시름시름 앓았는데 2007년 도봉구에서 40억 원을 들여 주변 빌라 두 동을 헐어내고 은행나무가 숨을 쉬도록 430여 평의 정자공원을 만들었지요.

그 덕분에 시민들은 푸른 나무그늘을 만들어주는 은행나무 밑에서 천 년 세월의 전설을 들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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