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마을’ 하면 으레 시골마을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정겹다. 110만 대도시-수원 곳곳에 ‘마을’이 탄생했다. 주민들이 모여 공동작업, 공동교육을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를 이뤄가고 있기에 그렇다. 마을 만들기는 주민자치시대의 상징이다. 커뮤니티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 규율이나 원칙을 강요하지 않는다. 주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마을에서는 주민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유롭게 생활한다. 주민들이 각박한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이웃과 진실한 마음으로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마을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밤나무, 대추나무 등을 심어 단지를 만들었다. ‘공원 가는 마을-송죽동’은 거리에 쓰레기 한 점 없는 동네로 변모했다.

마을 사람들의 공동 프로젝트는 꾸준히 늘어났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 간의 관계다. 관계가 튼실하지 않으면 잘 융합이 될 리 만무하다. 주민들은 누구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 마을 만들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만들라’는 조건 없는 닦달이 아니다. 마을공모를 통해 심사를 거쳐야 확정된다. 이때 마을의 현장조사는 참신한 사업을 퍼 올리는 성능 좋은 모터가 된다. 1g의 작은 쇳조각도 열쇠를 만들면 10톤이나 되는 문을 열 수 있다. 그만큼 주민이 역량이 커지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동네는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때로는 식물이 성장하는 것보다 빠르고 유기적이다. 하지만 성장촉진제를 주입한 강제적 성장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개발 혹은 발전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뉘앙스는 때론 희망적이고 진취적이지만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을 만들기를 통해 저마다의 재능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며 교류하고 친분을 다졌다. 마을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그곳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이다.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마을로 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마을의 모습은 돈을 쏟아 부어서 된 일이 아니다.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 벽화를 매개로 한 마을 등 다양하다. 마을의 생명력은 예술과 문화에서 나온다. 사람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사업을 추진하여 마을을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좀처럼 공동체를 이루기 어렵다는 아파트단지에서도 마을이 만들어졌다.

마을 공모사업을 통해 135개의 공동체 프로그램과 시설공간조성이 주민참여로 1년 반의 짧은 기간에도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철저하게 주민이 중심되고 행정과 민간조직이 협력체제를 만들어 마을리더와 활동가를 위한 국내외 벤치마킹, 주민교육 등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 동력이 되었다. 가파른 산을 오르려면 처음에 느린 페이스로 시작해야 하듯 ‘수원시 좋은 마을만들기 조례’ 공포 후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왔기에 그렇다.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행정가들이 마을 만들기 핵심리더를 격려하고 의견을 가감 없이 받아줌으로써 주민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사업도 많다. 어르신이 나서서 민들레차도 만들고, 합창단도 만들었다. 주민센터옥상을 활용해 양봉과 텃밭도 만들었다. 그 결과는 놀랄 만큼 즐거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수원은 마을 만들기를 통해 소통과 참여 속에서 공동체가 회복되고 있다. 누구나 마을 만들기는 ‘알고는 있지만 가지 않는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천하기 힘든 것들을 소신을 가지고 지켜나갔기에 가능했다. 주민자치의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수원시는 마을 만들기 현장에서 희망을 보았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작은 씨앗처럼 존재한다. 씨앗은 바람과 물과 거름으로 무럭무럭 자라게 마련이다. 지지와 응원은 결국 이들을 바라보는 수원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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