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우리문화편지]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었다?


에밀레종, 봉덕사종으로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 혜공왕 771년)은 만든 지 1240년이 넘는 신비의 종으로 무게 18.9톤에 높이 3.75m, 입지름 2.27m로 웅장한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섬세한 무늬의 배치, 현대과학으로도 창조해내기 어려운 합금주조기술, 청동주물기술, 소리와 진동을 다루는 기술이 집약되어 오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불교 예술과 과학의 결정체라고 평가됩니다.

장중하면서도 맑은 소리와 유난히 길면서도 오묘한 소리로 유명한 신종의 원리는 20세기 들어서야 과학자들에 의해 하나둘 밝혀져 은은한 여운 현상 1분, 가슴을 울리는 저음역의 여운이 3분이나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리재현을 위해 음향공학, 진동공학, 파동공학, 주조공학, 열역학 등 각종 과학기술이 녹아 있는 이 종을 복제해보려고 현대기술을 총동원했으나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조차 실패했다고 하지요.

에밀레종의 주조와 관련한 애틋한 전설인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었다'는 것은 조사 결과 종에서 인(燐)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하나의 전설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아이를 넣었다는 전설이 있다 해서 에밀레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아닐 것이며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로 남을 뿐입니다. 경덕왕 13년(754) 8월 28일은 이 성덕대왕신종 완성된 날입니다.

이제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직접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종소리를 최대한 정교히 녹음한 ‘한국의 범종’이란 테이프(신나라레코드 제작)를 통해서나마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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