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우리문화 편지]

성덕대왕신종 771년 완성되다

에밀레종, 봉덕사종으로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 혜공왕 771년 주조)은 만든 지 1200년이 넘은 것으로 무게 약 19톤에 높이 3.75m, 입지름 2.27m로 웅장한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섬세한 무늬의 배치, 현대과학으로도 창조해내기 어려운 합금주조기술, 청동주물 기술, 소리와 진동을 다루는 기술이 집약되어 오묘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불교예술과 과학의 결정체라고 평가됩니다. 성덕대왕신종은 장중하면서도 맑은 소리와 유난히 길면서도 특별한 소리의 여운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종을 치면 첫 소리는 종의 규모만큼이나 웅장하며, 뒤이어 맑고 은은한 여운이 끊길 듯 작아지다가 다시 이어지곤 하는 특이한 현상이 1분 이상 지속하지요. 특히 가슴을 울리는 저음역의 여운은 3분까지도 이어집니다.

이는 1000Hz(1초에 천 번 떨림) 이내에서만도 50여 가지 각기 다른 주파수의 음파가 신종에서 생겨 어우러지고, 또 주파수에 따라 제 각각의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시간에 따라 다른 오묘한 여운으로 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종이 내는 오묘한 소리의 원리는 20세기에 들어서야 과학자들이 하나둘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음향공학, 진동공학, 파동공학, 주조공학, 열역학 등 각종 과학기술이 녹아 있는 이 종을 복제해보려고 현대기술을 총동원했으나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조차 실패했다고 하지요.

참고로 이 종을 만들 때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넣어, 종을 칠 때 “에밀레” 하고 소리가 난다는 애틋한 전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에밀레종에서는 인(燐)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그래서 주조 당시 아이를 넣었다는 이야기는 그저 전설에 불과한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이 전설은 다만 에밀레종을 만들 때의 어려움과 만든 이들의 정성을 상징한다고 여기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설이 에밀레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엄청난 감동으로 전해오는 소리, 성덕대왕신종이 국보 제29호로 지정된 날입니다. 지금은 직접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한국의 범종’이라는 음반을 통해 이 신비한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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