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잦아들지 않는 바람이 어쩐지 서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것만 같은 서글픈 오늘입니다. 3월 26일 천안함 3주기가 다가옵니다. 3년 전 그때 우리 국민은 그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존자를 내 가족처럼 반겨주었고, 희생자에게 많은 애도를 표하였으며, 자식을 잃고, 아버지를 잃고 남편을 잃은 희생자의 가족을 많이 위로도 해 주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민 대부분은 자기 할 일에 바쁘다 보니 그 사건은 기억 저 편에 묻어두고 본인의 삶에 충실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지내 왔으니까. 하지만 천안함 3주기를 맞아 우리를 위해 꽃같은 목숨을 희생한 46 용사들을 기리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지는 것이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하며 3년전 그 시간을 회고해본다.

3년 전 그날, 많은 국민이 놀랐겠지만, 특히 군대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들이 가장 놀라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아직 스무살, 스물 한살 밖에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채 일년이 되지도 않은 아이도 있었다. 교복을 벗자마자 군복을 입었다. 학교에서 펜을 들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다가, 군대에서 총을 들고 야간 보초를 선단다. 그런 훈련을 받는 것 만으로도 어머니들은 밤에 편히 잠을 자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 자식이 탄 초계함이 북한이 쏜 어뢰의 공격으로 침몰해가는 모습을 보았을때, 그 마음은 어땠을까. 10달을 뱃속에 품어 낳아 핏덩이 아기때부터 애지중지 목숨같이 키운 자식이 얼음장보다 더 차가울 검은 바다 속으로 잠겨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애끊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희생자의 명단이 하나 하나 발표되면서 자식의 죽음을 확인한 어머니들의 오열장면을 보면서 나도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자식을 삼켜버린 검푸른 바다를 자식의 무덤으로 만들어만 했던 부모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미어질까.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억속에 46용사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추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천안함 사건 이후 해군 지원자가 갑자기 많이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저는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의 애국심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우리의 청년들이 이렇게 국가를 위해 본인의 청춘과 심지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고 있으니, 국가는 국가안보를 확립하여 다시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디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우리 국민도 언제나 국가안보에 함께 힘을 써야겠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이 국가를 믿고 마음을 놓고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고, 또 그 모든 엄마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는 아들들을 품에 안기를 기도한다. 다시 한 번 천안함 46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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