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3월초 C중학교 입학식이 끝난 후 학부모간담회에 참석해서 들은 이야기다. 교장선생님이 학사운영을 설명하면서 첫마디가 5층 건물에 남녀화장실이 층마다 각각 한 개뿐이 없어 학생들이 제일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다. 한 층에 10개 학급이 있고 학급 당 40명씩이면 400여명에 가까운 어린 학생들이 한 개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계산이다. 이 학교는 학생수만 해도 모두 1천5백여 명에 이른다. 흔히 ‘수원의 8학군’이라고 자칭하는 학교가 이 모양이니 다른 학교는 불문가지다.

지역 시의원이나 도의원에게 해마다 건의하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이 교장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일 텐데도 첫마디가 ‘화장실문제’라니 처음에는 다소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심각하고 시급함을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 일과 중에 7교시가 운영되는데 매 교시마다 쉬는 시간이 10분이다. 10분 안에 어린학생들이 화장실에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저 안쓰럽다. 화장실이 학생용 남녀화장실이 10개, 교사용 화장실이 4개다. 학생과 교사대비 숫자로 보면 교사용이 많은 편이다. 이제사 누굴 탓하랴. 설계 당시부터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건물을 세웠다는 것밖에 안 된다.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은 활동량도 많아 화장실을 찾는 빈도가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해 안타깝다.

수원시는 수원을 대한민국 ‘화장실문화의 메카’라고 홍보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고 최초로 화장실 문화공원을 치켜세우며 지난 10일에는 방문객이 10만 명을 돌파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껏 자랑하고 나섰다. 변기모양의 최대 건축물인 화장실문화전시관의 기능을 보강하고 해우재 문화센터도 필요하지만 우리들의 미래 자산인 학생들의 학교 화장실을 늘려주고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교육청’에서 지원하겠다고 기관 명칭마저 ‘교육지원청’으로 바꾼 그곳은 도대체 학교 기초시설인 화장실 문제하나 흡족하게 지원해주지 못하는 속사정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물론 예산타령일 게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배변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곳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배설문제는 나이에 불구하고 풀어가야 할 기초적인 문제가 아닌가. 오죽하면 ‘근심을 풀어주는 공간’ 이라는 의미로 ‘해우재’라 했을까.

중국에도 ‘꿈에 똥을 보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배설하는 행위가 만들어 낸 화장실문화는 마냥 불결하게만 여겨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 나라의 경제수준과 국민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화장실문화가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화장실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다. 도심 화장실을 멋지게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배움의 터전인 학교 화장실 증설은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다.

화장실은 양옥과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용변뿐만 아니라 씻고 화장하는 기능이 생기면서 태어난 이름으로 어느 다른 명칭보다 대중화되었다. 화장실 이름은 다양하다. 뒤에 있는 방이란 뒷간, 중국에서 온 이름으로 조선시대 상류층에서부터 사용하였던 측간(厠間), 수세식이 아닌 구덩이를 파서 만든 재래식 변소인 통시, 궁중에서 쓰인 화장실을 매화간(梅花間), 특히 임금의 편전과 왕대비 침전에만 있던 이동실 화장실로 ‘매우(梅雨)틀’로 매는 큰 것을, 우는 작은 것을 이르는 향기로운 말이다. 절에서 쓰는 정랑(淨廊)은 깨끗한 데를 가리키는 말로 부처의 세계와도 통하는 심오한 뜻을 지닌 명칭이다. 이런저런 이름이 있지만 화장실은 역시 쾌변을 통해 배설의 즐거움을 갖는 이름이 제일일 듯싶다. 편안한 방이라는 변소(便所), 걱정을 푸는 곳이라는 해우소(解憂所)가 그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에 배설의 즐거움을 갖게 할 수 있도록 화장실을 증설해 줘야 마땅하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누가 지은 문구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구절을 볼 때마다 감탄해 마지않는다. 그 한마디는 변기를 깨끗이 사용해 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아주 우아하게 표현한 말이기에 그렇다. 적어도 ‘화장실문화의 메카-수원시’의 학교 화장실은 어느 도시 학교보다 불편함이 없어야 그 명성을 빛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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